1998년 아버지, 2009년 어머니
1998년 아버지, 2009년 어머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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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지고 있다. 대개의 책들이 반짝하고 사그러지는 데 반해 이 소설은 지난 연말부터 몇달째 스테디셀러를 기록하며 지금의 추세를 더 이어갈 태세다.

제목에서 시사했듯이 엄마를 소재로 한, 어찌보면 그렇고 그런 내용이 될 법한데도 이를 읽은 독자들의 감흥이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 소개될 정도로 각별함을 안기는 것 같다.

남편과 함께 시골에서 상경해 자녀의 집을 찾아가던 어머니가 부주의로 지하철에서 길을 잃게 되는 것을 시발로 전개되는 내용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늘 목격되는 일상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30대 이상의 세대들에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전해지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그동안 잊고 살았거나 생각지 못한 숱한 것들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늘 옆에 있고 항상 편하게만 여겨지던 어머니가 막상 부재(不在)하게 되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배경 중의 하나는 지금의 심각한 경제난이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고 세상이 각박해지면 사람들의 생각은 축소지향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가 가족관계의 세밀한 부분까지 터치한 작가의 남다른 표현력에 편승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

이런 예가 하나 더 있다. 1998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소설 '아버지'이다. 잘 나가는 50대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5개월 시한부의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는 많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소설이 뜨기까지는 역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IMF 구제금융신청으로 상징되는 환란 때문에 실업자가 양산되고 노숙자가 넘쳐나던 시절, 사람들은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두 소설 모두 저변에 깐 것은 상실(喪失)과 부재(不在)다. 갑자기 어머니가 사라지고 또 아버지를 잃을 상황에서 역으로 믿음과 의지할 곳을 갈구케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한다. 이는 남자들의 군대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망나니라도 군대만 갔다오면 효자가 된다는 속설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았고 지금도 자녀가 군대가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이런 메리트()를 잊지 못한다. 군대라는 단절된 공간에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가족과 부모, 그리고 늘 누리던 것들과 떨어져 있다는 상실감을 몸소 체험하며 필연적으로 순화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스스로 마음 속에 체화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존재의식, 더 나아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제난 때문에 사회각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자기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부부자자군군신신(父父子子君君臣臣)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며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현재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면 뜻하는 바, 목표는 어느덧 이루어질 것이다.

골프치는 사람들이 평생 듣는 잔소리가 하나 있다. 머리를 들지 말라는 것이다. 샷을 할 때 머리를 들어 목표부터 쳐다보면 반드시 미스샷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오늘은 꼭 몇 타를 치겠다"고 잔뜩 벼르면서 필드에 나온 골퍼 역시 100%가 실패한다.

묵묵하게 자기의 자리에서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결과는 저절로 온다. 두 소설이 가장 어려울 때에 뜬 이유는 바로 이런 교훈을 담고 있고 독자들이 이에 공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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