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에 앞서 양서류 시민조사를 시작하자
다른 도시에 앞서 양서류 시민조사를 시작하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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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박완희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멸종되고 있는 종이 양서류다. 양서류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살기에 온전하게 생태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서식 자체가 어렵다.

특히 회색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에서는 더더욱 서식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서식지 파괴는 양서류를 멸종시키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다.

또 양서류는 환경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오염되면 그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원흥이방죽에서 두꺼비 올챙이 이상증세가 발생할 당시에도 다른 물고기나 수서곤충들은 외형적으로 이상증세가 없었는데 유독 두꺼비 올챙이에서만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그 사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양서류 질병이 성행하고 있다. 양서류의 에이즈라고 알려진 항아리 곰팡이, 카이트리드 진균이 그 예다.

카이트리드 진균은 양서류의 피부에 달라붙어 호흡과 신경 기능을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곰팡이류의 일종으로 최근 지구 온난화로 더욱 기승을 부려 개구리 '역병'의 수준이라고 한다.

이 균류는 포자 100개 정도의 적은 분량으로 양서류 전체를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감염성이 크며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파나마로부터 수입돼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구리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는데 죽은 개구리와 개구리를 기르던 수조에서 문제의 카이트리드 진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에따라 일본 정부와 학계, 환경단체는 지난 1월 13일 국가 양서류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항아리 곰팡이, 카이트리드 진균 등에 의한 전 세계적인 양서류 멸종위기는 자연적인 멸종이라기보다는 애완용으로 개구리를 상업화함으로 말미암은 인간에 의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 심각함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양서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단체들에서도 최근에서야 양서류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러하다 보니 양서류에 대한 전국적인 기초조사가 돼 있지 않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항아리곰팡이, 카이트리드 진균이 우리나라에서 번져나가더라도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국가차원의 전문가 양성과 양서류 조사가 늦어진다면 이제는 시민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 첫 시작이 우리 지역에 사는 양서류가 어떤 종이 있으며, 번식과 산란, 생활사에 대해 기초조사를 하는 것이다. 2~3년 꾸준하게 조사를 진행하면 우리 지역 양서류 서식실태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서류를 보전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내고, 생태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첫 시작이 기초조사다. 양서류 시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터넷 조사 사이트를 개설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양서류를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언제 어디서 조사되었는지 기록해 올려주면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아가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렇게 2, 3년 진행하면 수천만원 비용을 지불하고 조사하는 것보다 더 알찬 양서류 서식현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지킴이의 활동이 별다른 것이 아니다. 주위 환경에 관심을 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런 활동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생태도시 청주의 미래는 꿈이 아니라 현실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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