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과 일제고사 거부에 대한 우려
교육정책과 일제고사 거부에 대한 우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3.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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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전국이 학업성취도 평가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웠다는 비난 속에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교 내부의 편법이 드러나면서 전국은 또다시 시험 평가에 강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31일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번 평가 역시 학교든 학생이든 간에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 뻔하다.

이런 연유로 충북 전교조를 비롯한 평등교육을 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는 일제고사 거부를 밝히며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일제고사 반대를 위한 도민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도교육청에 학부모의견서 보내기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충북 25개 시민단체도 학생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단평가 자율결정권을 보장하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평가는 결국 시험이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학생들을 경쟁 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일제고사 거부를 적극 지지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아이들을 성적이란 틀에 가둬 꿈을 꺾어버리는 사회 분위기는 기성세대로 족하다.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주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독여줘야 하는 것이 윗세대의 책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일제고사 저지운동에 대한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분명한 반대입장 표명은 환영하지만 일제고사 당일을 체험학습일로 정해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영 개운치 않다. 물론 부모나 학생 당사자의 동의가 이루어진 합법적인 체험학습일이 되겠지만 '학교 거부'라는 배경적 문제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험에는 반대하지만 체험학습하러 가자니 학교 선생님의 눈치가 보이는 아이들.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인지 따져보게 만드는 어른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밀어붙이기식 정책과 들끓는 반대여론 속에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이 치러야 할 혼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한 뜻이 다른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차후에 아이가 받아야 할 불이익이나 심적 부담은 누구의 몫인지, 참가 아이들에 대해 보호막이 되어줄 학교 내 선생님은 있는지도 궁금하다. "반대는 하지만 아이들이 받은 불이익에 대한 방안이 없어 선뜻 동참할 수 없다"는 학부모 말이나 "전교조 선생님은 있는데 학교에는 전교조 선생님이 없다"는 아이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의 교육정책이나 현실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하고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팽팽한 줄 위에 소중한 아이들까지 올려놓을 수는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의 교육정책이 내부 홍역을 치르는 사이 11일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한국교육정책을 모델로 미국교육정책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이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를 보며 거꾸로 가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닐까 염려됨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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