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충북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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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결론부터 말하겠다. 충북도립예술단 상임지휘자 공모는 철회돼야 한다. 이유는, 과정이 잘못됐고 그 과정에 따른 내용도 오류가 있기에 그렇다. 당초 의혹이 제기됐던 특정인을 선정하기 위한 모종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자 한다. 세상살이에서 적어도 상호간 지켜야 할 원초적인 도리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선 상임지휘자 결정을 강행할 뜻을 밝힌 충북도에 묻겠다. 물론 임명여부는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다. 비록 실무자의 하자가 있더라도 본인의 확신만 선다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다만 그 결정까지는 좀 더 냉정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공직(公職)과 공인(公人)이 어렵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 뜻이 중요한 만큼 주변의 입장도 한 번쯤은 두루 고민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도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미 공모의 과정에 난맥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북도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이젠 이 문제와 관련해 사적인 얘기는 그만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상임지휘자로 선정된 사람이 도지사와 무슨 관계이고, 또 공모 책임자가 그와 가까운 인척이었다는 식의 허섭스레기 얘기들은,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을 너무 형이하학적으로 몰고가는 게 아닌가. 적어도 '충북'을 놓고 이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지역의 자존심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엔 좀 더 공적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 도립예술단 운영은 한 해 10억원 이상의 도민 혈세를 요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거론된 논란만으로도 충북도는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하다못해 도립예술단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만 생각했더라도 그런 어설픈 과정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겠다. 사적인 역학관계 때문에 이 문제를 편의적으로 판단한 사람들은 크게 반성하길 바란다. 그들의 논리는 결코 옳지 않다. 이곳 출신의 능력있는 사람을 애정어린 눈으로 봐야 한다는, 그래서 지휘자 선임이 좌절될 경우 또다시 지역의 고질적인 병폐, 인물을 못 키우고 끌어 내리기만 한다는, 이젠 듣기에도 구역질나는 자학(自虐)은 제발 안 들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공모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낙하산으로 결정했어도 속은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공모에 탈락한 들러리들()의 처지를 잠깐이나마 한번 생각해 보라고 감히 주문하고 싶다.

만약 충북도가 지금의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지겠다. 과연 도립예술단을 창단하는 진정성이 무엇인지. 태생적 한계를 무시한 도립예술단이 과연 앞으로도 존립의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 결정에 앞서 이에 대한 답부터 확실하게 제시하기 바란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조직과 리더는 능력이 우선이라는 물리적 마인드가 그것이다. 물론 재주있고 능력있는 사람이 많아야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고, 또 리더 역시 업무가 됐건 사회적 활동이 됐건 능력이 있어야 인정받는다.

하지만 궁극적인 생명력은 다른 데에 있다. 도덕성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도민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것은 지휘자로 선정된 당사자의 석사학위가 진짜냐 가짜냐는, 그래서 그가 상임지휘자에 걸맞은 실력을 정말로 갖췄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공모 과정이 과연 공정하냐 아니냐를 되묻고 있는 것이다. 바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에 자신이 있다면 당장! 임명을 결정해도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범부들의 상식을 뛰어 넘는 전후과정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 의해서도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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