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타협
아름다운 대타협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05 0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서명희 <청주시의회 의원>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져온 태풍은 어느 나라를 가리지 않고 세계를 휩쓸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세계실물경제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세계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떨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는 부도를 선언하고 한편으로는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세계 경제질서의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각국은 살아 남기 위해 경기부양을 위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내수촉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로 살아가는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주식시장은 널뛰기를 반복하며,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고 있으며, 내수는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고 자영업자는 한숨만 쉬고 있다. 고용불안은 이미 실업대란을 넘어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마저 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제비상사태를 벗어날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특히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를 견뎌내자고 호소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행정인턴제도를 통해 일시적이나마 청년실업을 구제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에서는 임금을 내리면서 하나라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하고자 애를 쓴다. 저소득층 및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구제하고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소비쿠폰 발행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뉴스보기가 겁날 정도로 우울한 시기에 노동자, 사용자, 사회단체,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데 합의하고, 서로 고통을 분담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는 낭보는 오랜만에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노사민정이 오늘의 위기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통분담을 기꺼이 받아들인 아름다운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을 동결하거나 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해고를 자제하고 고용유지를 약속한 것이다.

노동자측이 불법파업을 근절하고 위기극복과정에서는 파업을 자제하기로 하자 경영계는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구조조정을 앞세워 일방적 감원을 추진하기보다는 희망퇴직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규직을 대신해 경제위기의 일차적 피해계층으로 꼽히는 비정규직,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지도 천명했다.

이에 정부는 추경예산에 반영해 일자리를 나누는 기업, 실업자와 영세자영업자 등에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 외에도 교육비 경감, 부동산가격 안정, 공공요금 인상억제 등 서민생활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제시했다. 또한 이번 합의문에는 실업급여 지급을 확대, 빈곤탈출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아동지원과 공공의료 체계확충 등 사회단체의 요구도 적극 반영됐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것은 노사민정의 대타협은 노사가 주체가 돼 자율로 대타협을 이뤄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소리만 요란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국민 모두는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막강한 경제위기가 버티고 서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음을 보게 된다.

1998년 우리나라가 겪었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시련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목선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더욱 튼튼하고 빠른 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저소득층과 신빈곤층을 배려하는 국민적 포용력은 우리사회를 더욱 따뜻한 사회로 만들며 새로운 글로벌 코리아로 다시 탄생할 것이다. 당장 춥고 배고프더라도 서로의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몰아치는 폭풍우도 우리를 좌절시키거나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오늘의 노사민정의 대타협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