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날개' 연상되는 불가리아 학위 논란
'이카루스의 날개' 연상되는 불가리아 학위 논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9.03.0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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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정치부장

'이카루스의 날개'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빗댄 그리스 신화로 세상일에 견줘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왕의 탄압을 피해 섬을 탈출해야했던 데에달루스가 아들 이카루스에게 밀랍 깃털을 붙여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줬지만, 날갯짓에 익숙해 지자 창공을 날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다. 하늘 높이 올라갔던 이카루스는 태양의 열기에 깃털을 붙였던 밀납이 녹아 결국 섬과 육지 사이의 바다에 빠졌다는 스토리이다.

충북도립예술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발표 이후 오선준 단장의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국악원 석사학위(지휘) 취득 경위와 진위, 효력 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발표전 '사전내정설'로 시작된 이번 일이 전개된 양상을 보면 이카루스의 날개 신화를 연상할 만하다.

그는 청주시립교향악단장과 음악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지역 예술인으로 일정한 인정을 받았다. 지역사회에서의 처신도 원만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가 정우택 충북지사에게 색소폰 레슨을 했고, 최근 2년동안 열린 송년음악회에서 함께 무대에 올라 협연했던 인연이 문제였다.

전국 공모로 지휘자를 뽑았던 것이어서 과연 투명한 심사가 됐겠냐는 게 첫 번째 논란이었다. 좋게보면 그가 도지사에게 색소폰 레슨을 했던 것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영화관을 찾아 화제의 영화 '워낭소리'를 관람하고, 이충렬 감독을 만나 등을 두드려준 장면은 일반의 관심을 한층 촉발한 계기로 작용했다. 색소폰 레슨과 정 지사가 참여한 송년음악회 협연 역시 그 장르는 물론 지역문화에 긍정적 역할을 했던 일로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취득했다는 석사학위 문제는 다르다. 음악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조차 정체를 도전받기 때문이다. 같은 학위를 받은 이들이 음악계에서 문제없이 활동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액세서리'로 봐야지 '몸통'이라고 주장해서는 곤란할 듯싶다. 응모자격이 지휘석사로 한정됐고, 오씨는 불가리아 학위로 평가받아야했기 때문이다. 학위 수료 시점이 96년 8월이라했다가 '동기생들에게 확인했더니 그게 아니라 97년 8월이더라'는 해명은 그의 사회적 경력이나 인품을 제대로 평가받기 곤란한 내용이다. 결국 그는 학위를 받았다는 소리를 강변하려다 "등록금 납부를 서울 모 오케스트라 단원이 해줬다"는 해명까지 내놓았다. 학위의 성격과 취득 경위를 가름할 수 있는 것이고, 본의 아니게 실토한 셈이다.

공모·심사 과정에서 모든 행정절차를 책임졌던 주무과장이 그와 처남·매부 관계라는 점은 백마디 말을 해도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투명성은 의심받기 충분하다. 스스로 실무에서 손을 땠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에 큰 부담을 안겼다. 이쯤되면 그를 선발한 충북도나 당사자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게 공론이다. 그러나 '하자'를 적당히 땜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아직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신정아 사건' 역시 당초에는 '박사학위 위조'의혹으로 시작됐으나 권력과의 유착, 부적절한 관계까지 모두 드러났다. 이 일 역시 행정적 절차나 심사의 적정성, 공정성을 논하는 범위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드러난 것만해도 또 다른 영역에서 검토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일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데에달루스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면서 밀납의 특성상 일정한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태양에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카루스의 날개와 이번 학위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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