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상의 반성의 시간을 갖자
청주상의 반성의 시간을 갖자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9.03.03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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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경제부장

지역 최고 경제단체 청주상공회의소가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스타일이 구겨져도 보통 구겨진 것이 아니다. 이태호 회장의 4선 연임을 놓고 지역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선거가 끝난 지 불과 나흘만에 유력 후보였던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오창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의 서신 한장으로 발칵 뒤집혔다.

오 대표 서신의 줄거리는 3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번 선거에 뛰어들면서 만났던 이태호 회장과의 주고받은 이야기와 상의회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자신이 기업을 일궈오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자리와 경력 등이 담겨 있다.

그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목은 둘이 나누었던 대화 속에 불출마를 종용하고 부회장 자리를 보장 받았느냐는 점이다. 또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어떤 입장에 있었던 것이냐로 모아진다. 선거가 추대로 이어지기까지 이런 과정이 있었다면 분명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둘 간의 관계는 이제 확실히 밝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오 대표가 서신을 돌리게 된 데에는 기관단체장 운전기사들에까지 자신이 폄훼(貶毁)된 채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충남 출신이다. 타지인을 배격하는 성향이 강한 청주에 와 15년 넘게 느꼈던 설움이 이번 상의회장 선거를 겪으면서 복받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서신 한장이 갖는 의미는 이 회장이나 오 대표의 잘잘못을 재단하기에 앞서 충북경제인들이 과거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청주상의 회장은 관선시절 민선도백(道伯)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었다.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공회의소는 토호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도지사를 비롯 관선 기관장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자리라는 격하된 평가도 받아 왔었지만 지역경제의 자존심이라는 위치만큼은 확고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외환위기를 전후해 상공회의소를 둘러싼 지역내 정치 경제 사회는 변화가 많았다. 시대변화를 읽지 못했던 구태 때문인지 상의 회장들은 갖은 수모를 당하고 지탄을 받아야 했다.

토착비리세력으로 몰려 사법처리되거나 사업체의 부도로 지역을 잇따라 떠나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등장했던 상의회장이 바로 이태호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역시 출신이 정치쪽이어서 그런지 회원사들을 통합하고 대외관계도 부드러웠다. 가끔 회장 선출 때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잘 넘어갔다. 그러나 그에게는 약점이 있었다. 운영하는 사업체의 한계점이었던 것이다. 분명 그도 느꼈기 때문인지 기자들 앞에서 소유 사업체에 대한 취약점을 털어 놓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선출과정을 통해 떠날 때 잘 떠나야 한다는 말과 이제 지역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상의가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오 대표는 불출마 때 말했듯 어려운 지역경제의 화합을 위해 자신의 부족함이 없었는지 또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럴 바에는 추대를 없애고 선거로 깨끗하게 끝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청주상의 주인은 이들 두 사람이 아니고 바로 묵묵히 현장에서 자신의 사업체를 꾸려가는 기업인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도록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회원들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회장이 될 만한 인사는 숨어버리는 이상한 지역풍토도 문제다.

이제 모두 반성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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