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혼
불황이혼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9.03.02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문종극 편집국장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 부부다.

부부관계는 혼인에 의해 배우자 신분을 취득, 친족이 된다고 민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촌수는 무촌이다. 촌수가 없을 정도로 가깝다는 말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촌수가 없을 정도로 헤어지면 그야말로 남보다 더한 '웬수'가 된다는 말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말린다'는 속담이 있다. 섣불리 제삼자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부부는 싸움을 해도 화합하기 쉽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둘이지만 하나인 관계를 설명해주는 속담이기도 하다.

이런 부부가 등을 돌리는 이혼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단다. 이른바 '불황이혼'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6년 7만9895건이던 이혼 건수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11만1727건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혼증가율도 1997년 약 15%였으나 1998년에는 28%로 높아졌다. '불황이혼'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동기다.

외환위기보다 더 지독하다는 경제위기에 놓인 요즘 이혼율이 급등한다는 보도다. 지난해 6월 이혼숙려제가 도입되면서 같은해 8월 전년동월 대비 이혼율이 -43.4%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이 수치가 11월에는 -16.4%로 높아진 데 이어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전망이다.

또다시 우리사회에 '불황이혼'이 급습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불황이 참아내기 어려울 정도면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생활이 찌들다보면 그만큼 삶도 팍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견디기 어려울수록 기대고 함께해야 하는 것 또한 부부다.

전 세계 인류 중에서 둘도 아닌 단 하나인 배우자로 만나는 인연을 갖게된 부부는 동거의무와 부양·협조·정조의 의무라는 물질적·정신적·육체적 의무를 지니게 된다. 절실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낸 결정체가 부부라면 헤어져 육신의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과 고통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라는 묶음 속에 "왜 우린 같이 살아가는 걸까",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걸까", "왜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등 많은 의문을 가지면서 보통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MBC 여성시대'에 청취자들이 보낸 수많은 사연들 중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글들만을 모아 최정미씨가 엮은 '부부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보면 소중한 인연과 평생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늘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세상에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 책은 부부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면서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는 배려',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는 기쁨', '끊임없이 서로를 재발견하는 열정', '작은 행복을 찾아나서는 여유',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이라는 것 등을 마음속에 갖출 것을 권유한다.

그렇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 불행은 아니다. 단지 불편할 뿐이다. 가난이 시련이라면 그 어려움이 오히려 극복 후의 행복을 더욱 배가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부부들이 '불황이혼'이라는 용어를 오히려 대공황 이후 가장 어렵다는 지금 날려버리면 어떨까 싶다. 느끼지 못하지만 여전히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그 사랑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