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문화권'논란
'중원문화권'논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9.02.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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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정치부장

충북도는 최근 충주, 제천, 단양지역에 1조958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 계획 발표와 함께 '중원문화권 특정지역 개발'이라는 사업 명칭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중원문화권'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을 통칭하는 것으로 보여 오해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보인다. 개발사업이야 그렇다 칠 수 있지만, 하나의 문화권역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 당시부터 개념과 권역 설정이 모호했던 이 용어가 그대로 사용될 경우 지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기 십상이다. 중원문화가 뭐고, 권역이 어느 곳을 말하는 것이냐에 대한 의문과 논쟁이 늘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이 명칭을 쓴 것은 국토해양부가 권역별 개발사업을 위해 전국을 5대 문화권으로 나눠 충북을 중원문화권으로 묶은 탓인데 북부권인 충주, 제천, 단양지역 개발에 이 용어를 써 국토개발 개념으로 분류한 것과도 다른 내용이 됐다.

중원문화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대략 80년 초반부터인데 개념 정립 당시부터 최근까지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국토개발 내지 국토계획에 지역통합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인위적인 문화권을 접목시킨 게 발단이 아닌가 싶다. 애초부터 문화 그 자체와는 접근 방법이 좀 달랐던 것이다.

이런 탓인지 5대 문화권은 사용 시점과 사용자 의도,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라 다소 개념을 달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백제, 신라, 가야, 중원, 광주·영산강 문화권으로 구분됐던 것이 최근엔 동남내륙문화권(울산·경남), 지리산문화권(경남, 전남·북), 가야문화권(경남·북), 중원문화권(충북), 영북문화권(강원)이라는 5개 권역으로 명칭과 내용이 변경됐다. 정부가 나눈 개발측면의 권역으로 보면 충북 전체가 중원문화권인 셈이다.

중원이라는 말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통일신라시대 9주(州), 오소경(五小京)으로 재편된 행정구역 중 오소경 중 하나인 중원경이 지금의 충주에 설치됐던 것 때문 아닌가 싶다. 국원경으로 개칭되기도 했지만 두 가지 명칭은 아직 충주를 일컫는 말과 동일시 된다. 이 무렵 청주에 서원경이 설치됐고, 여태 '서원'이라는 용어가 청주를 칭하는 말로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통일신라시대 행정구역이 중원문화 또는 중원문화권이 사용되는 기초적인 근거이고, 고구려를 비롯해 백제, 신라의 문화가 혼재한 형태를 말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래서 모호함 또는 융합된 형태를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전문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일부는 원주, 안동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중원문화권 특정지역 개발'사업은 말 그대로 개발사업인 탓에 주민의견 청취 일정이 있었지만, 권역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문화권' 설정을 위한 자리였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이런 탓에 학자에 따라 '중원문화권'을 서원경과 구분해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충주로 한정해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제천·단양 역시 중원문화권이라는 소리가 달갑게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수십년간 논쟁이 거듭됐으나 뾰족한 결론이 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토개발 논리에 확정되지 않은 문화권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권이라는 개념이 있으면 '중심지'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지역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자칫 선민의식이나 배타주의, 거부감을 야기할 수 있다. 국토개발·계획에 대입한 '문화권'과 문화, 역사, 인물로 접근한 '문화권'과는 달리 사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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