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고 선종하자 전국적인 장기기증 열풍이 불고 있다. 유명인사들에서부터 인기 연예인까지 장기기증행렬에 동참했고 충북에서도 하루평균 1~2건에 불과했던 장기기증서약이 요즘 들어 10건 이상으로 폭증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기증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충북본부에도 장기기증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현상이 누군가의 권유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사회현상이다.
특히 장기기증문화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고 김 추기경의 선종과 함께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긍정적인 영향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특정 사회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에 열광하다가 또 다른 사회현상이 출현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곧잘 잊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를 놀라게했던 응원열기를 지금 축구장에서 찾을 수 없고 2008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의 주인공이면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격찬을 받았던 여자 핸드볼도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장기기증 열풍이 스쳐지나가는 사회현상이 아닌 일상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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