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악재로 휘청거리는 금융시장
환율악재로 휘청거리는 금융시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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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 다시는 돌파당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500원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5원 급등, 9일 연속 상승하며 150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한 것은 작년 11월 25일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600원에 근접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그 속도와 폭에 있어서 모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특히 이날에는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 코스피지수가 1100선이 무너져 '환율상승-주가하락'의 악순환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시장불안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3월 위기설의 영향이 크다. 일본 은행과 기업이 3월 결산기를 맞아 일본계 자금이 대규모 유출되면서 환율이 급등한다는 시나리오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총 외화차입금이 678억 달러이고 3월 만기 일본계 자금은 60억 달러에 불과해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전혀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대처용 아시아 공동펀드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도 조만간 800억 달러에서 1,2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 확실해 외환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3월 위기설은 본질적으로 지난해의 10월 위기설과 같은 것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3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지난해 10월~11월에 나타났던 것과 비슷한 심리적 쏠림 현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당분간 오를 것이란 예상에 달러가 있어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은행 딜러들도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루마니아는 헝가리와 라트비아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GM대우가 산업은행에 1조원가량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데다 무디스의 국내 은행 신용등급 강등과 우리은행의 외화 후순위채권 조기상환 포기를 전후해 은행권 신용 위험이 커진 점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위험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 19일 현재 4.26%로 2주일 전보다 무려 1%가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9거래일간 주식을 1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이달 10일 이후로는 9거래일간 1조5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주가급락과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렇듯 금융시장은 첩첩 쌓여 있는 악재들로 인해 다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최근의 불안요인들이 다분히 심리적인 것을 감안할때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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