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문백전선 이상있다
409.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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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724>
글 리징 이 상 훈

"그따위 말이 어떻게 여자를 능멸하는 이유인가"

"아무래도 이것은 하늘의 뜻하신 바가 돼지족발점을 통하여 그대로 전해짐이 아닐까 생각되옵니다. 그러하오니 왕께옵서는 지금 하시고자하는 일을 그만두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

"그러하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아니한 일을 무리하게 함부로 하려들다간 오히려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사옵니다."

매성 대신과 평기 대신이 기다렸다는 듯 얼른 나서서 아우내 왕에게 말했다.

"가만!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어째서 음(陰)인 여자가 점괘에 나타나면 일이 안 되는 걸로 치느냐 그 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려무나."

잠자코 있을 줄로만 알았던 수신 왕비가 몹시 기분 나쁜 표정으로 광기에게 물어왔다. 이 자리에서 시녀들을 제외한다면 유일한 여자인 셈인 수신 왕비는 광기가 말을 할 적마다 음(陰)이니 여자니 떠들어가며 노골적으로 비하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같은 여자로서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 그건 말이옵니다. 쉽게 얘기해서 우리 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암탉이 울면 재수가 없다'라고. 음(陰)이 오죽이나 일을 방해했으면 그런 옛말까지 나오겠습니까요"

광기가 자기 딴엔 용기 있게 잘하는 짓인 줄로 아는지 좌상에 걸터앉아 있는 수신 왕비 얼굴을 빤히 올려쳐다보며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고 아니 그따위 말이 어떻게 여자를 능멸하는 이유가 된다는 거냐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지고 자세히 말해보아라. 어찌하여 음(陰)이 나타나기만 하면 무조건 일이 안 되고 재수가 없게 되는지를."

수신 왕비가 더욱더 화난 표정으로 광기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나 분위기를 전혀 파악치 못한 광기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 그대로를 생짜로 뱉어내듯이 지껄여댔다.

"왕비님께서 저에게 구체적으로 그 예(例)를 들어보라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제가 음(陰) 즉, 여자를 뜻하는 것이 왜 나쁜지 한 가지 예로써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람 몸에 붙어사는 조그만 이 한 마리를 두고 얘기해 봅시다. 이 한 마리가 사람 몸의 이곳저곳을 지나치다가 마침내 사람의 사타구니 쪽으로 오게 됐다고 칩시다. 만약 남자의 것이라면 이가 그다지 위험천만한 일을 당할 리 없겠지만 그러나 여자의 것이라면 문제가 확실히 다를 것이옵니다. 남자의 것에는 이가 그 위로 올라가서 떨어져 본댔자 별일 아니겠지만, 깊고 깊은 구덩이처럼 패인 여자의 곳에 폭 빠질 경우 이에게는 거의 생사를 가늠하는 절대 위험에 처하고 말 것이옵니다. 혹자는 깊고 깊은 구덩이

속에 이가 빠지더라도 힘과 용기를 내어 양 벽을 타고 살살 기어오르면 되지 않겠느냐 고 하겠지만 그게 어디 말같이 쉬운 일이옵니까 자칫하다 부드러운 양 벽면에 얼음지치듯 미끄러져서 더욱더 깊은 구덩이 속으로 이가 빠져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좌우 벽면이 별안간 맞닿아진다면 이의 몸이 바짝 껴져서 본의 아니게 질식사(窒息死)하게 되는 불상사마저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뭐라고 아니, 이 자식 말하는 것 좀 보게! 이가 깊은 구덩이 속에 빠져서 어쩌고 저째 겨우 그따위 하찮은 걸 가지고서 여자가 재수 없다느니 뭐니 해가며 떠드는 게냐"

수신 왕비가 버럭 화를 내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이때까지 점잖은 척 무게를 잡고 있던 운파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킥킥거렸다. 그러자 아우내왕을 비롯한 모든 신하들이 참고 참았던 웃음보를 일시에 터뜨리고 말았다.

'와하하하하.'

이 바람에 시종일관 엄숙해야만 할 병천국 어전 회의는 온통 웃음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안되겠구나! 얘들아! 그거 좀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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