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줄 세우니 행복하십니까
아이들 줄 세우니 행복하십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2.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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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도시보다는 농촌이, 중소도시보다 군 단위가 학업성취도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 농담처럼 말하던 돈이 곧 성적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증명한 셈이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학업성취도 결과가 발표되던 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내신 성적이나 입시에 반영되지 않아 시험 결과가 큰 의미는 없다"며 "일제고사가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장담했다. 교육정책 결정권자가 의미없는 시험이라고 하면서도 우수 학교는 인센티브를, 뒤처진 학교는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교육방법을 적용하겠다는 말에 긴장하는 쪽은 학생도 아닌 교육계다.

시·도별로 성취도 결과가 발표되면서 하위권 성적을 보인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충북교육청도 예외는 아니다. 16개 시·도 가운데 바닥 수준의 결과가 나오자 교육감은 급기야 '죄송하다'는 입장발표를 했다.'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교육국장의 말과 함께 조만간 지역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부활하면서 학력수준의 객관적 자료를 구축하겠다는 것과 달리 오히려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열등 지역, 열등학교, 열등아라는 낙인이 찍힐까 오히려 긴장하고 있다.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밝히는 것을 꺼리듯 지역교육청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성적은 부모의 성적이자 학교장의 성적이고 교육감의 성적이다.

학업성취도 결과를 살펴보니 재밌는 사실이 눈에 띈다. 중3학생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을 보니 영어과목보다 국어가 더 높게 나타났다. 특정 지역이 아닌 시험을 치른 대부분 학교 결과가 그렇다. 모국어는 뒷전인 채 외국어에 몰입하는 학교교육이 교육적인가 아이들 줄세우기에 앞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올바른지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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