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가 뜨는 이유
막장드라마가 뜨는 이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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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주부층을 겨냥하고 있는 '아내의 유혹'과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청소년물로 '꽃보다 남자'다. 두 드라마는 막장드라마란 논란을 빚으면서도 40%란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이며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내의 유혹'은 불륜과 배신, 복수, 악녀 등 비정상적인 코드를 앞세우고 있고, 일명 꽃남으로 불리는 '꽃보다 남자'는 재벌 판타지로 비현실적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처럼 뜬금없고 비정상적인, 현실과는 개연성 없는 막장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심리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대리만족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착하지만 별볼일 없던 아내가 버림받고 나서 새 삶을 개척해 나가 통쾌하게 복수하는 모습이나, 가난한 세탁소집 딸이 어느 날 상류층 세계로 진입하는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직적 신분상승이 대리만족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내의 유혹처럼 선과 악이란 분명한 경계를 제시하고 억압적 상황을 극적 복수로 반전시키며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막장드라마에는 누구나 꿈꾸는 인생 로또가 숨어 있다. 예전처럼 자구적인 신분상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백마 탄 왕자를 등장시켜 화려한 인생 로또를 꿈꾸게 한다. 이는 결국 타인에 의한 상류층 진입을 전개함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생 로또는 더 크게 어필되고 있다. 여기에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니 인기는 날개를 단 셈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막장드라마에 대해 근본적 문제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문화예술은 현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이야기가 통용되고 있음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벌을 등장시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거나, 복수극을 위해 부를 이용한다는 정황은 우리 사회의 구조는 물론 인간관계에서도 경제 논리로 움직이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 해도 폭력이 정당화되는 식의 결론이나 가족 공동체를 뿌리째 흔들어 놓는 인물 설정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고 있음이다.

막장드라마는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방송의 역할과 책임이 우선 지적돼야 하지만 무비판적이고 몰개성적인 사회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보자. 더구나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안방의 도피처가 막장드라마라면 인간의 본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 스스로 걸름 장치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 극장가에는 '워낭소리'가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와 늙은 농부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는 자극적인 소재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흔히 보아온 시골 풍경을 그릇에 담아 무가공, 무조미료인 상태로 관객들 앞에 내놓았다. 볼거리라곤 화면 가득 주름진 촌로의 얼굴과 하얗게 변해버린 손등, 병든 소를 끌고 달팽이처럼 들로 향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평이한 시골 농부의 얼굴은 꽃미남의 살인 미소보다 훨씬 깊은 여운을 준다. 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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