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문학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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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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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5회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공모전에 부쳐

필자가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처음 기획한 5년 전만해도 스토리텔링은 사회적으로 생소한 분야였다. 이야기하기 또는 이야기의 얼개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기획한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해당 분야 공모전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시도이다.

필자는 대학시절 민속학에 많은 관심을 가진 바 있다. 충주호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골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설화와 민담, 민요 등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깃거리를 채록하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그때 전해 들은 수많은 원형질의 이야기들과 놀랄 만한 민초들의 입담은 지금껏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에 대한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야기가 많다. 각종 신화나 설화, 민담 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이를 82권과 별책부록 2권을 포함한 8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를 편찬하기도 했다.

한국구비문학대계는 1979년 사업에 착수해 그 다음 해부터 간행을 시작, 1988년 완간했다. 이 전집에는 서울·경기를 비롯해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채록된 설화, 민요, 무가 등 모두 2만1691건의 생생한 이야기 원형자료가 수록돼 있다. 물론 한국구비문학대계는 활자화된 전집 외에 실제 채록된 음성테이프도 자료로 제공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꿈틀거림과 그 과정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따진다면 이 이야기는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채 화석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하긴 미디어의 일방통행과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 곳만 바라보는 것이 이미 정형화된 현대 생활에서 사람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더 이상 효용가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들어줄 사람도 없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만을 바라보는 현실에서 이야기의 사회적 상대성은 확대되지 못할 것이다.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기획하게 된 첫 번째 배경은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이야기의 생명력과 사회성을 통해 상대적 진화를 추구하자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영상적 시각화를 추구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장르들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의 궁핍함에 허덕이고 있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일본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중독되는 세태를 어쩌지 못하고 있고, '올드보이'와 '미녀는 괴로워' 등의 원작 수입을 통해 로열티라는 값비싼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있다. 그 중에서 얼마든지 진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는 널려 있다. 이를 발굴해 새롭게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기획하게 된 두 번째 준거가 된다.

우리 재단이 주최하고 있는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의 올해 대상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겨냥한 작품 비틀 컴뱃(Beetle Combat)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벌레로봇이 지구 환경의 지킴이로 나서는 무한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당장이라도 만화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바로 이 점 공모전 슬로건인 '상상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세상'이 놀라운 기량의 작가의 발굴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 또한 중요한 취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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