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열풍에 울고 웃는 주부들
교육 열풍에 울고 웃는 주부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2.03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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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로트 신동, 국악신동, 시각장애인 천재 피아니스트 등 요즘 공중파 방송 '스타킹'에 등장했던 출연진이다. 유아 전문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자주 출연하는 쇼·오락방송이다. 처음 전파를 타던 지난해 초만해도 주요 출연진은 재능과 끼를 가진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이 방송은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진 나이는 성인에서 중·고교생, 이젠 유치원생까지. 끼많고 재주많은 어린이들이 출연해 "어디 숨었다가 이제 나타났냐"는 식으로 어른들의 탄성을 자아내게도 했다.

불과 몇해전만해도 '신동'이라 함은 지능지수가 평균 수준보다 높은 이들을 지칭했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불리는 신동과 예전 기존세대가 알고 있는 신동의 차이는 무얼까.

점수로 환산이 가능한 예전 신동과 달리 요즘 신동의 잣대는 전문가의 판단이 그 잣대가 된다. 예를 들어 국악신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국악을 전공한 전문가가 어린이의 소리를 듣고 그 가능성을 예측하고, 트로트 신동은 전문 가수가 곡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로 가늠한다. 다양한 분야의 신동이 소개되지만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매스컴을 안타도 좋으니 영어라도 잘하고 남보다 공부라도 잘했으면 하는 게 부모 심정일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만 잘하면 되지 무슨 영어냐"고 지나가는 말처럼 흘려보내도 자녀 문제로 돌아서면 유학은 못보내도 단기연수라도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무능함을 책망하는 세태가 됐다.

최근 청주지역에 한달 수강료가 8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능력함을 탓하는 부모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자녀 양육비라도 벌 요량으로 출산한 지 100일도 안돼 일터로 향해야 했던 지인은 "있는 사람들 사는 형편을 듣다보면 별천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켤레에 500원하는 양말 하나에도 웃어주는 딸이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싶어도 입을 치마조차 없는 서민에게는 시도때도 없이 불어대는 교육열풍이 지나가는 바람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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