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과 깡패
건달과 깡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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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종극 편집부국장

건달(乾達)은 국어사전에서 '돈은 없으면서 아무 일도 않고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건달은 불교 용어인 건달바(乾達婆)에서 온 말이다.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에서 살면서 제석천(帝釋天)의 음악을 맡는 신으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 허공을 날아 다닌다고 한다. 건달바는 인도에서 악사(樂士)나 배우를 가리키기도 한다. 인도의 건달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동안은 같은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광대 노릇을 하는 사람을 천시했던 우리나라의 풍습에 의해 건달바라는 말이 '그저 할 일이 없이 먹고 노는 사람'을 가리키는 건달이라는 말로 바뀌어서 통용됐다는 것이다.

일반에서 비슷하게 생각하는 한량(閑良)도 있다. 고려 말기·조선 초기에 한량기로·한량품관·한량 자제 따위를 통틀어 이르던 말로 한량은 원래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호반(虎班)의 사람을 뜻하던 말이다. 후에 '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의 통칭이 됐다.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한량은 후에 건달과 비슷한 의미로 인식됐다.

이같은 측면에서 건달은 그래도 낭만적이었다. 무시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프랭크 로서(Frank Loesser)가 작사·작곡해 1950년 11월24일 브로드웨이 46번가 극장에서 초연된 후 오늘날까지도 대중으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이라는 뮤지컬 속의 건달은 오히려 사랑스러울 정도로 낭만을 풍긴다. 1965년 개봉된 국내 영화 '5인의 건달'도 있다. 신성일·고은아 주연의 이 영화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무위도식하며 살아가는 다섯명의 건달과 고은아 분의 여주인공이 사랑과 우정과 배신의 연기를 펼치는데 이 영화속의 건달 역시 밉지만은 않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건달이 깡패로 변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국어사전에서도 깡패는 건달과 달리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정의, 선량한 일반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깡패라는 용어는 광복 이전에는 없었단다. 그러다가 이승만 정권시절 '정치깡패'라는 용어가 생기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이 깡패들을 이용해서 저항하는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을 압박하면서다. 이정재·임화수·유지광 등이 그들이다.

지금은 조직폭력배로 불리지만 일각에서는 조직폭력배로 진화하지 못한 깡패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용역깡패'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속담을 철저하게 악용하는 집단이다.

노동자들이 생존권 등 권익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는 것이 파업이다. 아무리 대화를 요구해도 마이동풍으로 일관하는 사용자에 대한 합법적인 대항수단이다. 그런 합법적인 행위가 열이면 아홉은 용역깡패로 인해 무너지고 깨진다. 그야말로 먼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발휘하는 위력이다. 이 때문에 비합리적인 사용자들은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같은 용역깡패들이 이번 용산참사에도 등장했단다. 노회찬 전 국회의원은 한 방송의 토론프로에서 용산참사의 경우 개발수익 4조원의 1%인 400억원만 내놓아도 용역깡패 고용은 물론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와 권력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더라도 용역깡패에게 지급하는 돈은 아깝지 않고 길바닥에 내동이처질 철거민들에게 조금 더 얹어주는 돈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뇌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깡패들이 기생할 수 있도록 음습한 환경을 조성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구역질도 난다. 차라리 건달과 함께했던 시대가 훈훈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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