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종달새의 교훈
어리석은 종달새의 교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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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모충동성당 주임신부

어린시절 저의 꿈은 신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어린시절의 그 꿈을 이루었고 또한 그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등한시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가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특수목적 고등학교였던 성신고등학교를 입학 했을 때 선배님들이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은 바로 종소리를 하느님의 소리로 듣고 행동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종소리가 나면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여야 하는가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달려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부르심을 받고 신학교에 왔으니 하느님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습관이 있습니다. 신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루기 쉬운 때는 일어날 때입니다. 기상 종소리가 울리면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먼저 생각하고 달려가야 했지만 그보다는 조금만 더 자고 싶은 욕망의 유혹이 모든 것을 사로잡곤 했습니다. 물론 단 한 번의 게으름은 용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소함의 일탈은 그 인생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문득 어리석은 종달새의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어느 날 종달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고 있었습니다. 정말 높은 곳에 올라 행복의 노래를 부르다 땅 아래를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손수레에 벌레를 가득 싣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흥미를 느낀 종달새가 가까이 가보니 손수레에는 '신선한 벌레를 팝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종달새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나에 얼마요", "깃털 하나면 됩니다." 종달새는 자기 깃털 하나를 뽑아 주고 벌레 하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입안에 착 달라붙는 벌레 맛에 반한 종달새는 깃털 하나를 더 주고 벌레를 사 먹었습니다. '그래, 깃털 몇 개쯤 없다고 나는 데 지장은 없겠지' 라고 생각한 종달새는 벌레를 몇 마리 더 사먹었습니다. 잠시 후 이제 배가 부르다고 생각한 종달새는 쉬러 갈 생각으로 날갯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몇 개 남지 않은 날개는 종달새를 날지 못하게 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고양이는 재빨리 뛰어와 어리석은 종달새를 단숨에 먹어 치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유혹을 겪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유혹들은 크게 시작되기보다는 습관처럼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깃털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처럼 그렇게 작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유혹의 반복은 결국 우리의 인생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태어날 때 나는 울고 세상은 웃었으니, 나 죽을 때 나는 웃고 세상은 울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나라는 한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면서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세상은 즐거워하며 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탄생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어린 저는 엄마의 뱃속을 떠나며 죽을 듯이 울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주어진 인생을 충실히 살았다는 생각에 웃음으로 맞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저를 떠나보내는 세상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결코 큰일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깃털 같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그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을 때 우리 인생의 성공은 보장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작지만 후회 없는 나날을 보냄으로써 기쁨 가운데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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