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수난
참나무 수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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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여파 나무난로 때아닌 인기
땔감용 무단벌채…지도·단속 시급

고유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나무를 때서 난방하는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부 농촌지역에서 수십년 된 참나무가 마구 베어지는 등 산림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불어닥친 IMF 이후 사용 가구가 늘기 시작한 나무 난로 및 보일러가 최근들어 고유가에 경제불황까지 겹치면서 더욱 인기를 끌게 돼 농촌지역에서는 한 집 건너마다 한 대씩의 나무 난로 혹은 보일러를 설치할 정도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농촌지역에서 나무 난로나 보일러를 선호하는 것은 기름값에 비해 난방비를 최대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는 등 경제적 이점이 있는 데다 가까운 주변에 고사목과 간벌목, 폐잔목 등이 비교적 풍부하기 때문이다.

보은군 내북면 상궁리 박모씨(68)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등유 한 드럼에 보통 15만원을 넘어서 겨울 한 철 보내는 데만도 무려 100만원 가까운 돈이 들게 돼 어쩔 수 없이 나무 보일러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너도 나도 나무 난로 혹은 보일러를 설치하는 바람에 땔나무마저도 점차 구하기가 어려워져 부득이 생나무를 베어다 때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마른 나무는 오래 타지 않고 곧바로 타기 때문에 야간에는 주로 화력이 좋고 오래 타는 참나무 같은 생나무 장작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요즘들어서는 도시에 있는 가정과 업소들까지도 잔뜩 치솟은 기름값과 전기료 걱정에 난방기구를 나무 난로와 보일러로 교체하는 경우가 늘면서 땔감용 나무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땔감용 장작, 특히 참나무 장작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 사이트까지 생겨나는 등 50~60년대의 나무시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진풍경을 낳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관할 관청의 허가를 얻어 참나무를 벌채한 다음 장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는 무단벌채한 참나무로 장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업체 외에도 일부 농가들이 벌채허가를 얻지 않고 무단으로 참나무를 베어다 땔감용으로 쓰고 있어 문제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20일 청원·보은·괴산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취재한 결과 상당수의 농가들이 살아있는 20~50년생 참나무를 몰래 베어다 장작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괴산군내 모 마을 주민 K씨(74)는 "참나무 등 생나무를 베어다 때는 사람들 대부분이 겉으로만 드러나지 않게 한두 그루쯤은 베어도 큰 문제가 안되는 줄 알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관계 기관에서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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