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당장 해야할 일
이명박 정부가 당장 해야할 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9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한덕현 편집국장

또 정치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 제기를 하겠다.

경찰청이 금융기관의 현금인출기에 이른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용자의 눈 코 입 등 얼굴 윤곽선이 인식되지 않으면 현금인출이 자동으로 중단되거나 경고음이 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이 가십 정도로 다뤘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였다. 이번 조치는 실종 한달째 소식이 없는 군포 여대생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대로만 된다면 앞으로는 얼굴에 복면을 하거나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은 현금인출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참으로 만시지탄이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안타깝다. 현금인출기의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이미 4년전 한 벤처회사의 개발로 시범 운용되다가 도중에 흐지부지 됐다는 사실엔 안타까움을 넘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부녀자 납치 및 실종사건이 있을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이슈화 된 것은 신용카드였다. 군포 여대생을 납치한 범인이 그녀의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CC-TV 모습은 여전히 국민들을 전율케 한다. 가발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접할 때마다 국민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꽃다운 나이의 피해자를 먼저 떠 올린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설치된 현금 인출기는 모두 7만9000여대, 1만대 이상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대당 10만원 선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79억원이면 전국의 모든 현금인출기에 이 프로그램을 깔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개발 4년이 지나도록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가 걸작이다. 고객들이 불편해 하고, 범죄자들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가도 보험회사가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은행들이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보다 더한 직무유기도 없다. 위기 때마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부정비리가 터졌다 하면 수십, 수백억원은 기본인 은행권이 고작 79억원이 없어 지금까지 미뤄왔다면 당장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한다 해도 쌍수의 환영이 따를 것이다.

화가 치미는 것은 또 있다. 경찰과 금융권이 기껏 의기투합하고도 여의치 않을 경우 우범지역부터 점차적으로 확대키로 했다는 의지결핍증이다. 현금인출기에 무슨 우범지대가 따로 있다는 것인지, 다시 흐지부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상황에서도 현금인출기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 불편함을 호소하겠는가. 돈장사의 귀재인 금융기관이 개당 10만원의 비용이 없어 설치를 미룬다면 이해하겠는가. 현금인출기 앞에서 얼굴을 드러낸 경우엔 거의 100%의 범인이 검거되지만 마스크 등으로 가렸을 땐 검거율이 절반정도에 그친다는 통계만 봐도 답은 분명하게 나온다.

물론 얼굴 인식 프로그램의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 이미 각계에서 다양하게 응용되는 유사 시스템의 역기능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현금인출기에 이를 적용한다고 해서 당장 신용카드 범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전혀 뜻밖의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보이스피싱의 끊임없는 변천사()를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신용카드 범죄에 가장 1차적인 견제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정부가 적극 나서고 그래도 안 된다면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지금과 같은 입법전쟁을 벌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야당 의원의 의사당 폭력을 응징하겠다며 기상천외한 입법을 서두르는가 하면, 정부정책에 시니컬 했던 고작 30대 한명을 놓고 20억 달러나 손해봤다며 오랏줄을 씌우는 헷갈리는 세태에 상심했을 민초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것이다. 결국엔 또 정치얘기를 꺼내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