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전 대신의 막내 동생은 정식 관리가 아니지 않소"
"갈전 대신의 막내 동생은 정식 관리가 아니지 않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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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703>
글 리징 이 상 훈

388. 문백전선 이상있다

그러자 갈전은 푹 삶아 놓은 문어대가리처럼 얼굴을 시뻘겋게 달군 채 머리를 가로 내저으며 아주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대충 듣자하니 제 막내아우 '가전'을 칭하는 것 같사온데, 그러나 그 아이는 아니 되옵니다. 이런 일을 해낼 만한 인물로서 부적합하다는 말씀이옵니다."

"그 이유를 내게 설명해 볼 수 있겠소"

아우내 왕이 퍽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갈전에게 물었다.

"비록 그 아이의 무예 솜씨가 뛰어나긴 하다만 성적(性的)으로 봐서는 매우 불안정한 몸이옵니다. 오죽하면 나이 오십 줄에 접어들었으면서도 아직 장가를 못 가고 있겠사옵니까"

"아니, 나이 오십에 아직도 장가를 못 가고 있다니 그럼 장가를 못 간 것이 아니라 아예 포기를 해 버린 것이 아니오"

아우내 왕이 다시 물었다.

"부모 노릇을 대신 해줘야하는 제가 막내아우에게 별난 수단과 온갖 방법들을 다 써서 장가 보내주고자 노력했지만 그 아이는 여자라면 아예 기겁을 하며 십리 밖에서부터 도망쳐 버리곤 하니 이를 어찌하겠습니까 그러하오니 이 점 참작하시어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소서."

"어허! 어째서 그런 일이. 가, 가만! 혹시 막내 동생이 남자로서의 구실을 할 수가 없는 게 아니오"

"일단 그렇다고 봐야만 할 것 같사옵니다. 심지어 예쁜 처녀를 홀라당 벗겨서 한 방 안에 집어넣어줘도 아우가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말(馬)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되 말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는 경우와 똑 같을진대, 형인 저로서는 그저 난감하고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옵니다."

갈전이 지껄이는 한숨 섞인 말에 모두들 어이가 없고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댔다. 이때 운파가 앞으로 나서며 그 특유의 목소리로 이렇게 또 외쳤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옵니다. 성적(性的)으로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 일을 행하는 데 있어 어떤 불편함이 있다는 것인지요 남자가 여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건 이번 일을 행할 때 오히려 장점이 되면 되었지 어찌 그것이 결점이 된다는 말씀이온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물에 빠져 죽는 사람들보다도 술독에 빠져 죽는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며, 술독에 빠져 죽는 사람들보다도 한 뼘 깊이도 안 되는 여자의 조그만 구멍 속에 빠져서 죽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법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여색(女色)을 본디 싫어하는 자라면 위험 요소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오니 이보다 더 바람직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자가 어디 있겠사옵니까. 게다가 갈전 대신의 아우 가전은 훤칠하게 잘생긴 장부인데다가 무예 솜씨 또한 대단한 걸로 알려져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지닌 자는 없으리라 소신은 생각하옵니다."

조목조목 이치를 따져서 밝히는 운파의 말에 모두들 수긍을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갈전 대신의 막내 동생은 우리 병천국의 정식 관리가 아니지 않소"

아우내왕이 문득 생각난 듯 이렇게 묻자 운파는 이에 대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는지 잠시 두 눈을 껌뻑거리고 있다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소신도 그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옵니다. 하지만 갈전 대신의 가문으로 말하자면 병천국을 위해 대대로 충성해온 무인 가문이니 염치도 이를 충분히 인정해 주리라 생각되옵니다."

"으음. 그래도 정식 관리가 아닌 자에게 왕의 명이 담긴 서신을 함부로 주어서 보낼 수는 없는 법. 왕비께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우내왕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앉아있는 수신왕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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