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만의 얘깃거리, 단지 추억에 불과한가
교사들만의 얘깃거리, 단지 추억에 불과한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3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김금란 교육문화부 차장

교육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을 만나면 추억처럼 꺼내는 단골 이야기가 있다.

초임지에서 글을 깨치지 못한 학생을 붙잡아 두고 국어책을 읽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거나, 수업시간이 끝난 후 짬을 내 '가, 나, 다, 라'쓰기 연습을 시킬 요량으로 나머지 공부를 시켰던 일들 말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설움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글을 읽지 못한다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불편하긴 하다.

나머지 공부는 말그대로 남아서 하는 공부였다. 나머지 공부를 시켜서라도 뒤처진 학업을 채워주고 싶었던 교사의 마음에 대한 학부모의 보답은 겨울양식으로 보관했던 감자, 고구마 등 약소했다. 그래도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30여년을 교단을 지키고 있다고 한 원로교사는 털어놓는다.

시대는 변했고, 학부모도 변했다. 요즘 제자의 부족한 공부를 채워주겠다고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교사가 있다면 어떤 시선을 보낼지 자못 궁금하다. 학부모 가운데는 학창시절 담임교사의 지도로 한글과 사칙연산을 깨친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학부모도 선뜻 응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이유는 나머지 공부는 곧 지진아, 열등아로 낙인을 찍는 주홍글씨로 보여지는 게 요즘 세태니까. 사람은 신이 아닌 이상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못한다고 소문까지 내면서 잘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이 올해부터 2013년까지 추진할 5개년 교육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 가운데 현재 1.1%에 달하는 학습 부진학생의 비율을 2013년까지 0.45%까지 낮추기 위해 기초학력 책임지도제와 특별교실 운영 등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교사들만의 열정어린 추억거리가이젠실적을 내놓는교육정책으로 평가대상이 된것이잘된 일인지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