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소포
눈물의 소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0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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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군대는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결코 잊혀지기 어려운 노스탤지어다.

적어도 이야기에서만큼은 그런 것이 소주잔을 앞에 두고 펼쳐지는 추억의 회상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군대이야기이다.

오죽하면 선보는 자리에서 '군대에서 축구한'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가장 꼴불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군대이야기는 그만큼 흥미진진하며, 또 그만큼 (대부분의 남자들에게)사무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날의 한복판을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처지는 당연히 갖가지 상념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많은 생각과 번민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그 시기이고 그런 저런 이유로 군대를 갔다 와야 철이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시절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거나 혹은 길게 여운을 줄 수 있는 (예술적)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것은 통제를 근간으로 하는 조직성과 획일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최근 소위 '눈물의 소포'를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눈물의 소포'란 군대생활을 위해 훈련소에 첫 입영한 젊은이가 군복을 지급받은 뒤 입고 왔던 사복(민간인 복장)을 집으로 우송하는 소포를 지칭하는 것쯤은 대부분의 국민은 알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젊음을 군대에 보내면서 헤어짐에 애달았던 모정이거나 연정은 입영열차 앞이거나 훈련소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식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사복이 배달되면 그 안쓰러운 모습에 또다시 눈물을 보이고 만다. 국방부는 왠지 느낌도 안 좋은데다가 그런 애절함으로 우울한 국민의 감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제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눈물의 소포'대신 미리 군복을 (입영대상자의) 집으로 보내 그것을 입고 입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국방부의 의지는 얼핏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입영열차 앞에서건 훈련소 앞에서건 잡은 손을 차마 쉽게 놓지 못한 채 뒤돌아서면서 삼켜야 했던 사나이의 가슴속 뜨거움의 의미를.

그리고 어설픈 군복을 갈아입은 뒤 들킬세라 입고 갔던 사복에 꾹꾹 눌러 쓴 젊은 가슴의 또 다른 애정표현으로 한층 깊어지는 의젓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을 터이다.

그 경건한 통과의례에는 가족에 대한 새삼스러운 사랑과 색다른 관심, 그리고 그동안의 철없음을 반성하는 훈훈한 정이 속으로 흐르고 있다.

'눈물의 소포'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의 힘, 스토리텔링이 있다. 다양한 (사복의) 이야기들이 획일적인 (군복의) 문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극복의 힘이 그 스토리텔링에는 담겨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4인조 그룹 모카(Mocca)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 The Best Thing이 한 전자제품의 광고에 삽입되는 바람에 그 멜로디는 친숙하다.

모카의 보컬리스트 아리나는 자신들의 노래에 대해 긍정의 마인드와 그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적 스토리텔링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음악에도 이야기의 힘을 싣는다는 것이 지금껏 생소했던 인도네시아의 음악을 우리에게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2009년 새해가 밝은 지 오늘로 아흐레째가 됐다. 부디 새해에는 획일화를 강요하는 대신 보다 풍성하고 다양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줄 이야기가 넘쳐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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