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present)=선물(present)
현재(present)=선물(present)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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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이 수 한 모충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연말연시(年末年始)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종무식(終務式)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무식(始務式)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말에 근무를 마칠 때 행하는 의식이라는 뜻의 종무식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종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시간이요, 연초에 근무를 시작할 때 행하는 의식이라는 뜻의 시무식은 종사자들이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시간일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고, 반대로 '유종의 미'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분명 한 해의 시작과 끝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라 하겠다.

사실 우리는 탄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삶을 시작하고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삶을 마감한다. 또한 우리의 이러한 인생은 하루하루의 삶이 쌓여 이루어진다. 우리는 매일 눈을 뜨면서 하루의 일을 시작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결국 하루의 삶이란 하루의 죽음이라는 말과도 같다. 다시 말해 하루를 살았다는 것은 결국 나의 인생에 있어서 하루의 시간만큼 죽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을 통해 또한 죽음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말하는 오복(五福) 가운데 마지막 복도 '고종명'(考終命)이었는지 모르겠다. 고종명이란 천수를 누리고 편안하게 죽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잘 죽는 것이 고종명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오복 가운데 하나로 고종명을 포함시킨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도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감히 고종명에 대해 말해본다면 하루를 잘 사는 것이 하루를 고종명하는 것이요, 한 해를 잘 사는 것이 한 해를 고종명하는 것이며, 이러한 삶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고종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시작도 끝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시간 시간이 모두 소중한 것이라 하겠다. 어느 지인에게서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네가 오늘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 그만큼 우리 인생에 있어서 주어진 시간들은 어느 한순간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해 본다.

"일 년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고시에 떨어진 학생에게 물어 보라. 한 달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미숙아를 낳은 어머니를 찾아가라. 한 주간의 가치는 신문편집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시간의 가치가 궁금하면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1분의 가치는 열차를 놓친 사람에게 1초의 가치는 아찔한 사고를 순간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 1000분의 1초의 소중함은 아깝게 은메달에 머문 육상선수에게 물어보라. 우리는 우리가 가지는 모든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특별한 그래서 시간을 투자할 만큼 그렇게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면 그 시간은 더욱 소중할 것이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어제는 이미 지나간 역사이며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오늘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축년(己丑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어려움 가운데 시작된 한 해이지만 이미 주어진 한 해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진정한 선물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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