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별이야기
새해, 이별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31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새해가 되면 우리는 많은 이별연습을 합니다. 이별, 그 헤어짐에 대한 인상은 우선 애절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만남과 희망을 얘기하는 새해에 대부분 이별을 다짐하곤 합니다.

어느 순간 내게 다가와 제법 익숙해진 것들과의 헤어짐은 매번 새해가 되면 다짐에 다짐을 거듭해야 할 정도로 녹록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200개비의 담배를 피워댄 시인 공초 오상순이 망우초(忘憂草)로 불렀던 담배를 끊는 일은 새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짐이 됩니다. 요즘에야 워낙 담배의 폐해에 대해 잘 알려진 터라 성공 확률이 높기는 합니다.

그러나 담배를 끊는 일이 무 자르듯 쉽사리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두 달 실천했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금연은 어쩌면 익숙했던 것과의 완벽한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금연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끈질긴 의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망우초(忘憂草), 즉 근심을 잊게 하는 풀쯤으로 공초 오상순이 말했던 만큼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근심과 우환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애연가 친구들의 유혹과 담배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기를 은근히 부추기는 짓궂음에도 초연해야 함은 금연의 또 다른 고비가 됩니다. 금주와 살빼기, 운동 등 건강과 관련된 것들도 새해가 되면 거듭 되풀이 되는 이별 약속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 역시 본인의 굳은 의지 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세상의 온갖 유혹의 손길을 물리쳐야 하는 사회적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마다 산과 바다로 나가 희망의 해돋이를 하면서 새로운 만남과 희망을 축원하였을 것입니다. 세상 살아감의 힘든 어깨를 잠시 쉬게 하고,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근심과 걱정도 잠시 내려놓으며 새 힘을 얻고자 하는 발걸음은 차라리 축복입니다. 그런 믿음과 희망 속에서 새해 이별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걸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조금은 벅차게 희망을 말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기대를 이야기하는 새해일수록 우리는 그동안의 모든 궁핍했던 것들과의 이별을 다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불편과 부당함, 긍정일 수 없는 익숙함과 과감하게 헤어짐을 다짐해야 한다는 것이 소띠 해, 서기 2009년 기축년 첫 아침에는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 말에 "아니다의 아니다는 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정을 부정하면 긍정이 된다는 뜻이지요.

새해 첫 아침에 이별이야기를 하는 절대 모순은 이런 긍정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한 해를 소망하는 간절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다 길고 깊게 되돌아보면서 새로 쓸 역사를 기대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부당함, 그리고 모든 그릇된 사고방식과 생활습관, 일방통행식의 무리함과는 영원한 헤어짐을 기꺼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그리하여 진솔함으로 이겨내는 새해가 될 것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