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람보르기니
김연아와 람보르기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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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지난 10월 청주에서 개최된 2008 문화의 달 행사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한류스타 배용준의 이동수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날 헬기를 타고 청주에 도착한 배용준은 임시 헬기착륙장으로 마련된 한 초등학교에서부터 행사장까지 마이바흐라는 진귀한 승용차로 이동했다. 마이바흐는 차 한 대 가격이 우리 돈으로 7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형 세단으로 국내 보유가 극히 한정돼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자동차는 대량생산 품목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마이바흐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소량 생산되는 수제 자동차들은 자동차의 명품 가운데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 중 페라리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자동차인 람보르기니는 재미있는 탄생 비화가 있다.

람보르기니의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당초 트랙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당시 페라리의 한 모델을 소유하고 있던 람보르기니는 친구인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로부터 '수퍼카 타지 말고 트랙터나 몰아라'라는 놀림을 받자 이에 자극받아 페라리보다 더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는 일화가 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이탈리아에 많은 농기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트랙터 생산에 뛰어들 만큼 시장을 읽는 눈이 정확했다.

그런 그가 쓰라린 놀림을 받게 되자 페라리의 엔진 디자이너까지 영입하면서 수퍼카 생산에 몰두하면서 탄생시킨 람보르기니는 마침내 주문형 스포츠카에서 세계 시장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놀림과 조롱에서 비롯된 자극은 이후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와 엔초 페라리 사이의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 오늘날 이탈리아 자동차의 명품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 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벌어진 2008∼2009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경쟁자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5.94점으로 1위를 차지했던 김연아는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120.4점을 받아 이날 같은 종목에서 123.17점을 기록한 아사다 마오에게 총점에서 불과 2.2점 뒤져 그를 응원하던 국내팬들을 아쉽게 했다.

이번 대회의 성적은 김연아에게는 지난 1999년부터 2002년 시즌까지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가 기록한 이후 역대 두 번째인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 실패의 결과를 안겨주었고.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 있다가 3년 만에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주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쟁관계는 지금 세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부문에서 최고의 관심을 모으면서 당분간 지속될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둘의 빛나는 라이벌 관계는 전통적인 피겨스케이팅의 강호인 동유럽권을 제치고 확실한 동양 피겨스케이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어서 더욱 눈부시다.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참으로 피 말리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라이벌 관계의 형성은 관객에게는 더욱 흥미진진함을 제공해주고, 경기력을 비롯한 기량과 품질의 향상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첨예한 대립은 스포츠를 비롯한 명품이 된 상품에서의 스토리텔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힘든 상황에 대한 탄식만 할 것이 아니라 새해엔 누구든 선의의 라이벌을 만듦으로써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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