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 눈가리고 아옹해도 통하나
교육 정책, 눈가리고 아옹해도 통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2.16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확정된 교육 정책마저 하루 아침에 바꾼다면 누가 신뢰하겠느냐"

청주외고가 미달에 따른 충원을 하지 않겠다고 내린 결단이 전문계고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설립 초기만해도 인재 영입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상위권 학생이 지원했던 청주외고가 1997년 지원점수 상한제 폐지를 계기로 하향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초심의 부활을 꿈꾸던 청주외고가 올해 대량 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청이 내놓은 해결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눈가리고 아옹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교육청의 방안은 이미 확정된 입시전형을 변경해 153명의 학생을 구제하겠다는 것. 교육청의 논리대로라면 대충 이렇다. 청주외고에 지원하지 않은(미달) 153명의 학생으로 인해 그 숫자만큼의 학생이 청주일반계고 진학 기회를 놓쳤고, 또 그만큼의 학생이 청주시내 전문계고 진학을 할 수 없어 시외지역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교육청의 입장이야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학생 중심에서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반계고 증원을 결정했을 때 분명 예상됐던 문제가 전문계고 대규모 이탈현상이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대학 운운하는 학력지상주의 사회에서 일반계 고교 진학은 곧 대학진학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학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이니 여기서 충원하나 저기서 충원하나 뭐가 다르냐는 시각으로 전문계고를 한 단계 낮춰 바라보는 편견으로 전문계고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지나가는 소나기식으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또 하나, 인원 증원을 배정받은 3개 학교가 그 방침을 거부할 수는 없었는지 짚어봐야한다. 즉 학교시설이나 교사인원을 추가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생이 증가할 경우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아지는 반면 수업의 질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꺼낸 얘기다. 그럼에도 통하는 게 현 교육정책이다.

학력 제고와 인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교육청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