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엥겔지수를 높여라
심리적 엥겔지수를 높여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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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신 건 준 <한살림충주제천 사무국장>

엥겔지수라 하는 것은 가계의 총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식품비의 비중을 가리킨다. 먹을거리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을 소비해야 하므로, 소득이 높아지면 엥겔계수는 하락하고 소득이 낮아지면 엥겔지수는 올라가게 된다. 엥겔지수가 낮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풍요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엥겔지수를 높여라' 라고 주장하는 것은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엥겔지수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표로서가 아니라 먹을거리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의미로 '심리적 엥겔지수'를 높이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는 엥겔지수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먹을거리, 더 나아가 농업체계와 식량체계에 대한 심리적 가치까지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예전에 굶지 않고 배를 채워 삶을 유지하는 것이 큰 목표요, 행복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 삶은 적어도 먹을거리 빈곤의 시대는 벗어난 듯싶다.

기계화된 공장식 식품산업의 발달로 해마다 새로운 형태의 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정에서 먹다 남겨 버리는 음식쓰레기 배출량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먹을거리 홍수의 시대다(물론 아직 사회 어두운 구석 한쪽에는 아직도 끼니를 잇기조차 버거운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고는 있다).

또 불과 몇십 년 전에만 해도 다수 가정에 존재하던 배고픔의 고통은 어르신들의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고, 가계경제에서 먹을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다른 삶의 영역으로의 소비 비용이 커진 것으로 현대인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엥겔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먹을거리 자체의 가치가 함께 없어진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예나 지금이나 먹을거리는 인간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하나 현대사회에는 그에 못지않게 잘못된 먹을거리의 문제가 점점 확대돼 가고 있다.

한 끼 식사에도 조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공 식품과 인스턴트가 전통식단을 밀어내고 있고, '시간은 돈이다'라는 개념 아래 시간이 필요한 가정식보다는 쉽게 외식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값싼 수입 저질 원료와 화학약품을 첨가해 보기 좋게 포장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는 식품비 비중을 줄이는 데는 일조했을지는 몰라도 식원병(식생활이 원인이 된 질병들 암, 심장질환, 당뇨, 아토피 등)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와 의료비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이분화되어 농적 가치의 하락 속에 농민이 농촌을 떠나고 상당규모의 농지가 매년 끊임없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25%가 말해주듯 우리 먹을거리 체계가 자립이 아닌 수입 의존적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무엇을 먹든 단순히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 먹을거리 안에는 우리 농업이 존재하여야 하고, 우리의 건강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명줄을 위탁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수입농산물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각종 저질 식품을 걸러내고, 건강한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한 가치를 부여해 꼼꼼하게 선택하자. 그것이 시간과 비용이 좀 더 들어가는 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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