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만두행
카투만두행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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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지난 7월의 끈적거리는 여름, 인천공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밤 우리일행은 불가피하게 합숙을 해야만 했다. 충주대학이 후원하는 대학생 해외문화 탐방 봉사대의 한 조직으로서 봉사와 문화탐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큰 꿈을 품었다. 대원을 이끄는 지도교수로서 일정에서부터 체력관리까지 대원들을 점검하였다.

전 대원 산악훈련 제로상태지만 봉사현장에선 뛰고 달려온 사회복지사 후보이기에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는 분명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학생들과 떠났던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겁도 불안도 없는 오로지 설렘과 흥분만이 존재했다. 아뿔싸!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잣대로 생각하고 상상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게 아닌가. 어디 그뿐인가. 진정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여행을 같이 떠나보면 알게 된다고 하질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결혼식만 끝나면 신혼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4주간의일정계획표대로라면 100만원가량의 비행기 삯을 빼고도 남을 듯하였다. 1주일은 이동 및 문화탐방, 2주일은 봉사, 3주일은 트레킹 준비운동, 4주일은 트레킹이라는 단순명료하면서도 완벽한 계획서였다. 그러나 자기만의 잣대로 생각하여 작성한 것이었기에 계획서는 계획일 뿐이었다. '후∼후∼'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일어날 일이 상상이 갈 것이다. 얼마나 하룻강아지 계획서였는지를.

이불도 필요 없는 여름이었기에 우리집에 모여 최종 짐 점검을 한 후 공통의 짐을 배분하여 배낭에 넣었다. 네팔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봉사를 하기로 했으므로 무거운 학용품 선물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기 시작했다는 것을 출발도 하기 전에 알게 된 셈이다. 무거운 공책, 연필, 지우개 같은 것을 서로 자기 가방에 넣지 않으려는 신경전적인 불꽃을 읽었으나 계획서상 네팔에 도착하자마자 1주일 만에 그 짐이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넘겼다.

수학여행 전일의 흥분을 만끽하며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새벽 첫 공항버스를 타야만 인천에서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기에 불과 몇 시간 잠을 청한 후 휴대폰 알람소리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약된 택시 두 대에 사람과 짐이 분승한 후 터미널로 일사불란하게 분배된 짐을 지고 나섰다. 버스 안에서 두 시간가량 깊은 잠의 터널로 빠져들었다. 시작부터 고행이라 생각했으나 미리 사서하는 고행이니 그만큼 감당해 질 거라 믿었다. 어차피 인생여정은 고행이니 말이다.

앞으로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따라나선 대원들은 어떤 심정에서 따라 왔을까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 역시 자기네들 계산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기대와 생각이 서로 달랐음을 알았다. 한 사람은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것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고, 한 사람은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으니 해외 배낭여행하는 기분으로 따라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 해외봉사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또 한 사람은 눈이 사는 곳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니 두 마리 토끼가 아닌 다섯 마리 토끼를 잡았어야만 했다. 거기에 후원해준 충주대학교는 학교의 깃발을 흔들어 달라며 기를 나누어 주었으니 우리는 부가적 소임을 해야 하는 또 한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토끼를 잡기 위해 네팔원정을 시작했다는 것. 결국 그 계획은 얼마나 허황한 계획이었을까를 알지 못했던 탓에,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거창한 목표를 향해 한 달여의 장정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투만두에 도착하고서 알아가게 됐던 것이다. 위험하고, 짜릿하고, 진기한 사건들이 다섯 마리 토기를 잡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

눈이 사는 곳 히말라야, 물이 풍부한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라는 뜻을 가진 곳에 한 발씩 디뎌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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