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한마디
대통령의 말 한마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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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영 일 <편집인>

요즘의 경제상황을 '체감경기가 시베리아 벌판같다'고 한다. 얼마나 어려우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동토(凍土)의 땅 시베리아에서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까. 그야말로 실물경제가 말이 아닌 상황에 다다른 것에 틀림없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니 임금삭감이니 하는 얘기는 그래도 덜 배고픔을 느끼는 딴 나라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년 3월까지 버틸 기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속에서도 자조적인 얘기도 있다.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느라 만신창이가 되어도 살아남는 기업은 장수할 수 있다는 웃지못할 예측이 그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상황은 사상초유의 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부자나라인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글로벌화 되었거나 되려고 하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가 이상의 잘 사는 나라로 번져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에 관해서 외국과 거래가 적거나 영향을 덜 받는 나라는 아직까지 커다란 위협이 아닌 것 같다. 어렵지만 나름대로 면역이 생긴 상태에서 나라살림을 꾸리고 있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경제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얘기가 너무 직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계의 반응 등 다른 여건은 안중에도 없다고 한다. 또 그 얘기가 시장에 흘러들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려도 않고 즉흥적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기업체 경영하듯이 단순논리로 생각하고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외국순방기간과 귀국 후 경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말을 했다.

외국순방 중에는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회계기준이 은행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지금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시중금리도 내려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 등등이다.

26일 이 대통령은 3부 요인과의 만찬에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단기 부양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27일 한나라당 대표와 당3역 그리고 최고위원들과 함께한 조찬자리에서는 "과거 10년 전 외환위기 때 노동법과 금융개혁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해외 투자자들의 불신을 샀다. 이번에 여러 나라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 법안들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상황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솔직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에게는 진솔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곱씹어보면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보다는 말의 성찬(盛饌)에 불과하다는 얘기로 들리고 너무 가볍게 처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우물가에서 숭늉을 마실 수는 없다.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했다고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가 금세 뚫리지는 않듯이 안되던 것이 금방 이뤄지지 않는다.

"장관들이 일차로 책임지는 자세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장관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진중한 언사를 고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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