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정)깍두기와 熟(숙)깍두기
正(정)깍두기와 熟(숙)깍두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28 0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의학으로 풀어보는 음식이야기
지 명 순 <대전대 한의학과 연구교수>

같은 재료, 같은 양념으로 담그는 김치이건만 해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올해는 어떡하면 맛있는 김치를 담글까. 종류는 몇 가지로 할까. 고민하는 주부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은 재료는 같아도 담그는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마음이 담겨 있는 깍두기를 추천하고자 한다.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마구잡이로 담그는 커다란 깍두기가 아니라 염원과 바람이 담긴 '정(正)깍두기'라는 것이 있다. 바르고, 좋은 것만을 먹어야 반듯한 아기가 태어난다고 하는 믿음에서 깍두기 하나도 정확하게 정육면체 주사위 모양으로 썬 것만 골라서 담그는, 임신부를 위한 깍두기다. 매일 접하는 음식에 있어서도 태교 차원에서 바람과 소망을 담아 만드는 것이 한국음식의 정신인 것이다.

또한 똑같은 깍두기이지만 먹는 사람을 위한 공경과 배려가 담겨 있는 '숙(熟)깍두기'도 있다. 치아가 좋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깍뚝썰기한 무를 끓는 물에 데쳐 부드러워지면 양념에 버무려 깍두기를 담가 어르신 상차림에 낸다. 깍두기의 재료인 무에 대하여 실용의학서인 방약합편 '方藥合編'엔 나복이라 부르며 맛이 달고 약간의 매운맛이 있으며,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가래가 있는 기침을 삭이고, 밀가루 독을 해독한다고 하였다. 또한 큰 것은 삶거나 끓여 먹으면 가래를 삭히고, 작은 것은 생으로 또는 즙을 내어 마시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폐의 기능이 약하여 피를 토하는 경우 토혈(吐血), 기침하는 경우 해수(咳嗽), 신물 올라오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하였다. 양(陽)적인 성질로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음(陰)적인 생선류와 잘 어울려 생선조림, 생선회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

한약을 먹을 때 생무를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숙지황 때문으로 무밭에 지황이 자라지 못하고, 지황밭에 무 역시 자라지 못하는 상호억제 작용이 있어 무와 지황의 관계를 고려, 약효과가 떨어질까 염려하여 나온 말로 생각된다. 하지만 반찬으로 먹는 깍두기나 무채나물까지 금해야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깍두기 담그는 방법은 무를 깍뚝썰기하여 고춧가루, 새우젓, 파, 마늘, 생강 다진 것으로 버무려 익히는 것이 보통이나,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것도 여러 종류가 있다. 곤쟁이젓으로 버무려 담그는 '곤쟁이 깍두기', 생태아가미를 넉넉히 넣어 담그는 강원도'서거리 깍두기', 굴을 넉넉히 넣은 시원한 충남의 '굴 깍두기', 깍두기를 짜게 담가 땅에 묻었다가 이듬해 여름에 꺼내 먹는 '평토 깍두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담그는 '백깍두기' 등이 있다. 또한 궁중에서는 강한 발음을 기피하여 '송송이'라고 불렀다.

맛있는 깍두기의 관건은 무의 선택에 달려 있다. 중간정도의 크기에 녹색이 표면에 있고, 속은 단단하며, 매우면서도 단맛이 나는 조선무를 골라야 한다. 절여서 물기를 빼 버리지 말고 그대로 짭짤한 듯하게 담가야 익으면 맛이 좋다. 올해 김장김치 담글 때는 집안에 임신부가 있으면 '정깍두기'를, 어르신이 있으면 '숙깍두기'를 담가보자.

카페주소 : cafe.daum.net/jmsofcook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