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승계
아름다운 승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1.25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대학가별로 총학생회 선거 열기로 캠퍼스가 들썩거린 한 주였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없고 졸업은 코앞이고. 대학 다니는 것 자체가 불효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 대학선거는 어찌보면 강건너 불구경 행사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학총학생회는 '학생을 위한 학생회'라기보다 '학생회를 위한 학생회'로 불려 왔던게 사실이다. 그만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임기가 끝나는 청주대 총학생회가 최근 당선된 차기 학생회 임원단과 26일 청주 수동일대에서 벌이는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는 작은 감동을 준다.

정계를 보면 정권 말년에 내 자리를 꿰찰 차기 정권에 득되는 일을 앞장서서 하는 정치인은 없다. 남 잘되는 일에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행여 꼬리 잡힐 일을 하지 않았나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오히려 본모습으로 비춰졌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시민이 뽑은 정치인이나 대학생들이 뽑은 학생회나 크게 다를 게 없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 오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올해 학생회를 이끌어온 청주대 이홍석 학생회장이 차기 회장단과 손을 맞잡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일이 학생회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는 지난 9월부터 캠퍼스 일원에서 성금모금 운동을 벌였고, 심지어 커피까지 판매하며 연탄 1만7500장을 마련했다.

100여 가구가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연탄 장만을 위해 학생회 임원들은 발이 부르트도록 캠퍼스를 누볐을 것이다. 분명 임기도 끝나가는 데 "왜 이 일을 해야하나"하는 불만 섞인 푸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잘한 것은 내탓, 잘못은 네 탓으로 돌리는 풍토가 만연한 속에서 학생들이 보여준'아름다운 승계' 모습이국가의미래를책임지는 정치계에도 '변화의 바람'으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