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공간 … 사업외면 직무유기
역사적 공간 … 사업외면 직무유기
  • 남인우 기자
  • 승인 2008.11.19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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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초정 '세종문화타운 조성' 주장 … 나기정 전 청주시장
퇴직 후 구상 … 청원군, 초정스파텔 매각·행궁 터 매입해야
사업위해 공무원들 인식 전환 필요 … 문화관광부 지원 답변


나기정 전 청주시장(71·사진)은 '문화시장'으로 통한다.

청주시장 재직시절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등 문화부문 업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문화시장'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나 전 시장은 퇴직 후에도 문화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거품이 됐지만 신흥수 대목장의 전통건축박물관 유치를 추진했었고, 요즘은 광천수로 유명한 청원 초정에 세종문화타운을 조성하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를 만나 세종문화타운의 가치와 타운 조성을 위해 지역에서 할 일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나 전 시장이 세종문화타운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나 전 시장은 "충북도 행정부지사로 근무하던 1995년에 초정 종합개발계획을 세웠지만 그때는 세종대왕이 초정에 내려와 눈병을 치료하면서 한글창제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며 "퇴직 후 2005년이 돼서야 역사서적 등을 통해 초정이 세종의 한글창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나 전 시장은 "이 때부터 세종문화타운 조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며 "청원군 자치대학에서 특강을 하고, 청원군에 찾아가 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청원군이 세종문화타운 조성사업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상황이 어렵다면 세종이 초정에 내려와 머물렀던 행궁을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나 전 시장은 "지금 행궁 터에 일화 공장이 들어서 있다"며 "청원군이 초정스파텔을 일화에 매각하고 그 대신 행궁 터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 전 시장은 "청원군이 지난해까지 개최했던 약수축제에 세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포함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 양평군의 소나기마을을 소개했다.

나 전 시장은 "경기도 양평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공간적인 배경이 됐던 곳"이라며 "이런 이유를 갖고도 자치단체가 소나기마을 건립에 나서고 있는 데 한글창제의 대업이 완성된 초정에 세종문화타운을 조성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역설했다.

이어 "경기도 여주시는 세종의 능이 있다는 이유로 '세종문화 큰 잔치'행사를 하고 있고,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의 출생지라며 '홍길동축제'를 열고 있다"며 "청원군이 벤치마킹할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나 전 시장은 "세종문화타운 조성을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전 시장은 "공무원들은 우선 이 사업이 지역을 위해 필요한 지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법을 찾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그러나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새로운 사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 전 시장은 "문화관광부로부터 세종문화타운 조성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자치단체와 학계가 토론회를 개최해 이를 시발점으로 세종문화타운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전 시장은 "직지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대했지만 노력끝에 성사시켰다"며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나 전 시장은 현재 미래도시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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