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철폐 시책
수도권 규제철폐 시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9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학으로 읽는 세상이야기
김 귀 룡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칼럼의 제목이 '철학으로 세상 읽기'인데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신변잡기가 된 것 같아서 조금은 찜찜한 마음을 갖게 된다. 세상을 철학적으로 진단 평가하는 일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조급하게 해서도 안 되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설렁설렁 해서도 안 된다. 묵은지나 장(醬)처럼 철학도 어느 정도는 공과 뜸을 들여야 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칼럼의 제목에 걸맞게 사회 현상을 철학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 긴 글을 기획해 보았다. 지면의 제한 때문에 한 번에 다 쓸 수는 없고 세 번 정도로 나누어 세상을 읽어보고자 한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세상에 대해 하고픈 말이 있지만 사람들은 철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철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철학자들의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 봐야 할 만한 의견이다. 철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에 대해 할 말이 없지는 않다. 학문의 특성상 사회 현상을 보다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현실감각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는 변(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철폐 방침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수도권 규제 철폐 시책 때문에 참여정부의 균형발전론으로 탄력을 받아왔던 지방 발전이 좌절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수도권에서는 균형발전론으로 말미암아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주장해 왔다.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국가의 부를 총량적으로 증대시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발전의 중심무대였던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육성 성장시키는 시책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집중식 성장론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균형발전론은 중앙집중식 성장론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사회 갈등을 극대화시킬 위험이 있고 이런 위험 요소는 사회발전을 저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런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성장의 혜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지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양자의 입장 다 일리가 있다. 모두가 일리가 있다면 둘 다 살리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거나 양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절충을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누어 먹을 파이가 정해져 있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해득실의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이래저래 현실적으로보면 시끄러울수밖에 없고 뚜렷한 묘책이 없어 보인다.

철학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수도권은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중심이었고 지방은 주변이었다.중앙집중식 성장론이 중심을 키우는 주장이라면 균형발전론은 주변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심정적으로는 소외된 주변을 발전시켜서 중심과 주변의 격차를 없애자는 의견에 기운다. 그런데 나눠먹을 파이가 정해져 있어서 주변부의 발전이 중심의 상대적 축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균형발전론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애초부터 사회를 중심과 주변으로 구조화시켰기 때문에 발생한다. 곧 중심과 주변을 차별화하여 중심을 집중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불평등 성장론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초래된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규제 철폐시책의 뿌리를 철학적으로 캐고 들어가 보면 결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평등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불평등의 구조 문제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