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20만개 유감
일자리 20만개 유감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11.17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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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얼마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한 청년과 소줏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평소에도 알고 지내던 학생이었다. 그날 그가 전화를 통해 "소주 한잔 사주세요"했다. 그래서 만났다. 예전과 달리 얼굴이 굉장히 밝아 보였다. 전에는 늘 근심어린 얼굴로 자리하곤했던 것에 비춰보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유를 내가 묻기도 전에 그 학생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 앉자마자 말한 데서 알 수 있었다. 취직이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월급을 받았으며, 그래서 오늘 술값은 자기가 계산하겠다는 얘기까지가 전반전 대화의 전부다.

넉넉지 못한 가정의 자녀인 그였기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늘 취업 중압감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내가 본 그는 3학년이 되면서부터 늘 긴장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만날 때마다 초조해 하는 표정이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 취업과 관련된 것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두려움 때문에 그는 늘 얼굴에 초조함을 그리고 다녔던 모양이다.

이제 한시름 놓은 듯해 보이는 그가 취업을 한 곳은 중소기업으로 인턴사원이란다. 인턴기간이 지나면 정규직 사원이 된다며 자랑이다. 그러면서 같은과에서 자기를 포함해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현재 3명뿐이며, 다른 학우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튼실한 중소기업이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꿈많은 대학 졸업반의 학생들은 대부분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정규직이 아닌 인턴사원임에도 만족해 하는 그를 통해 새삼스럽게 취업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날 그와 나눈 대화는 현재 우리나라 취업난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와 연말로 치달으면서 점점 더 우리 경제 전망이 짙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가 어렵다는 목소리의 톤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 경제성장률 3.3% 전망은 특히 서민들의 폐부를 찌르는 듯 아프게 한다. 당초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률 4%대 달성이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 전망은 더욱 절망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2.1%, 금융연구원 2.9%, 한국경제연구원의 3.1%라는 전망치를 보면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정부는 호언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 내외로 관측되지만 공공지출 확대와 감세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 4% 안팎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서 경제가 1%포인트 추가 성장하면 일자리도 당초 12만∼13만개에서 20만개로 늘어갈 것이라는 것이 정부 관측이다.

그러나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리한 수치라는 것이다.

성장과 고용간의 괴리가 지속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지난 1997년말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직전까지 정부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가 낭패를 봤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큰소리로 정권지지율에 연연하기보다는 국민피해 최소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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