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긴 겨울과 독서
북유럽의 긴 겨울과 독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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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민의 책으로 보는 세상
서 일 민 <청주 기적의 도서관장>

일반적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완벽한 사회보장제도, 높은 세금, 노벨상, 산타와 안델센, 개방된 성문화, 긴 겨울, 바이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복합적 이미지에 더해 도서관·독서문화의 선진모델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독서운동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다.

PISA(국제학습성취도조사:2006)에서 우리는 핀란드에 이어 2위를 했다고 기뻐했다. 문화관광부의 2007년 독서관련 조사에서 독서율 1위와 3위를 차지한 나라가 스웨덴과 덴마크이다. 또한 엊그제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PISA 2위의 한국이 학습효율성 측면에서는 OECD 30개국중 24위라는 뉴스를 접하고 다시 학습과 독서를 생각해 본다. 다른가 같은가. 덴마크 교육청에서는 '독서는 모든 논의주제의 어머니이다'라고 표방하고 있다.

4개국을 전부 합쳐도 우리 인구의 반에도 못 미치고, 면적은 12배가 넘으며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들 국가들은 모든 정책의 근저에 복지개념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런 복지개념은 독서운동에서 장애문제에 대한 실제적 접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장애'라는 개념을 '독서장애인'으로 확대하고 독서에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정비하는 것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점이다.

즉 언어적 소수민들이 독서에 장애를 가지지 않도록 다언어자료의 집중적 관리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녹음도서, 점자도서, 전자도서 등의 출판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일반출판물 대비 장애인용 도서와 대체자료의 확충이 두드러진다. 또한 도서관이 소수민의 지식정보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언어자료를 지속적·체계적으로 확충·관리해 독서율 증가에 기여하고 그 결과 의사소통의 효율성 증가와 사회적 안정을 이루어내는 통합적 복지개념의 한 축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서 매년 독서장애인이 10% 이상 증가하지만, 장애인용 대체자료의 출판비율은 일반도서 출판물의 1∼2%, 점자도서관의 장서보유량이일반공공도서관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점에서 독서를 복지차원의 기본권으로 확대하는 북유럽국가와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읽기· 쓰기· 계산하기'의 능력개발을 통한 지적성취를 위해 2008년 9월부터 3개년 계획으로 9억 SEK(스페인 화폐단위)를 투입하여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에서는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Book Start'와 'Reach Out and Read' 프로그램과 내용이 같은 영유아 대상 독서운동을 도서관이 앞장서서 2011년까지 3세 이하의 이민자 아기 4500명을 대상으로 1600만 크로네의 예산을 투입하여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다. 또 다양한 언어자극 프로그램 즉 자이언트 테디 베어와 닭 캐릭터를 매주 TV에서 보여주고 'Chicken's dress-up book'으로 만들어 이민자 아기들의 학령기전 독서능력 준비를 시켜주기도 한다. 즉 사회적으로 뒤처지는 그룹에 대한 독서활동의 배려가 북유럽 독서운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불안과 욕심은 독서능력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겨울이 길어서 독서를 많이 했을까. 우리도 지금부터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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