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에게 책임지라 하는가
누가 누구에게 책임지라 하는가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1.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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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무려 21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발견됨으로써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이 돌연 '공사장'으로 변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개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충북지역 6개 시민환경단체가 나서 사업보류 의견서를 보냈음에도 불구, 괴산군과 위탁사업시행자가 호수 주변의 옛길 정비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충주환경련이 도내 시민환경단체들과 연계해 괴산호 주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행정 쟁송 및 법적 소송을 내겠다고 천명했는데도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사전에 중장비를 사용치 않고 수작업으로만 공사를 하겠다던 공언도 지키지 않고 이미 '절반 가까운 공사구간'을 굴착기로 파헤쳤다. 나머지 구간은 수작업으로 한다고 하나 그 배경은 따로 있다. 경사가 워낙 급한 데다 불안한 암벽이 곳곳에 있어 도저히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중장비를 동원한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다. 농로구간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 구간엔 농토라곤 전혀 없다.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주문엔 "당신네가 책임질 거냐"며 되레 겁을 준다. 공사시한이 올 연말까지인데 공사지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누구에게 책임지라 하는가.

현행 환경정책기본법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조항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과 그 위해를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할 책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고, 제5조 '사업자의 책무' 조항에는 사업자는 그 사업활동으로부터 야기되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에 대하여 스스로 이를 방지함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같은 법 제7조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는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으로 인해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훼손의 방지와 오염·훼손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지며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고 제7조의 2 '환경오염 등의 사전예방'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는 행정계획이나 개발사업에 따른 국토 및 자연환경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당해 행정계획 또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굳이 법조항을 들지 않더라도 공사 전이든 공사 중이든 사업장 주변서 국가지정 보호동식물이 발견돼 위해성이 예상되면 공사를 중단하고 보호를 위한 선행조치를 취해야 함은 이미 상식화된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의 괴산호만큼은 이런 상식과 법이 통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지역발전과 주민요구 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공사에만 매진하고 있다. 최소한의 선행조치도 않고 있다. 언론보도 내용을 믿을 수 없다면 자체조사를 벌이라고 해도 안하고 있다. 공사도 공사지만 호수주변의 현 상황 즉 모터보트의 불법운항, 불법건축물 등에 따른 위해성을 지적해도 여전히 나몰라라다. 그러니 매번 '친환경'을 내세우는 괴산군의 의지가 심히 의심스러울 뿐이다.

환경보전, 생태보전 의지가 의심스러운 곳은 비단 괴산군만이 아니다. 국가지정 보호동식물을 그 누구보다 앞장 서 지켜야 할 충북도와 환경부, 문화재청 등 모든 관계기관이 서로 짠 듯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장을 방문하겠다던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은 1주일이 넘도록 줄곧 '협의중'이란다.

법은 있되 지키지 않는 법, 관할 당국은 있되 바라만 보고 있는 당국. 상황이 이럴진대 그 어찌 국가지정 보호동식물이 제대로 보호받고 환경·생태 보전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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