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비명 지른다
재래시장이 비명 지른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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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경찰 이론과실무학회 부회장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십여년 전 일본근무 시절이다. 시장을 보고 싶었다. 동네사람들 따라서 자전거를 샀다. 앞뒤에 바구니가 붙어있다. 장보거나 아이를 태울 때 늘 이용한다. 마마찰리다.

그걸 끌고 갔다. 분위기가 생소하다. 좌판이 없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없다. 비나 눈 걱정하는 청공시장(靑空市場)이 아니다. 아케이드다. 재래시장 살리기의 전형이다. 우리가 모방했다.

손님의 이반은 계속되고 있다. 할인점과 양판점의 침투 탓이다. 주차장도 문제다. 자전거 이용만으로는 불편하다. 가길 꺼려한다. 가격면의 이점도 사라졌다. 살 길은 만만치 않다.

장년 이상의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엄마 치맛자락 잡고 졸졸 따라다녔다. 떡과 순대를 사달라고 칭얼댔다. 그렇다고 이 추억에 의지해서 될 일도 아니다.

대형 마트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게다가 놀이방이며 푸드 코트며 미장원에 병원도 있다. 발길을 굳이 돌릴 필요가 없다. 원스톱으로 장보기와 먹기와 놀기가 해결되니 말이다.

아프리카에는 희한한 가게가 있다. 내륙지역은 전기나 가스나 상하수도가 없다. 휴대폰은 너도나도 쓴다. 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하는가 자가발전 에너지 상점이 성업 중이다.

이런 틈새시장을 개발한다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라 면박 당한다. 그 보다는 시끄러워야 한다. 흥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에누리와 덤이 있어야 한다.

인정이 느껴지는 저자거리여야 한다. 아저씨와 백동전을 놓고 겨루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조카며느리 같은 억척의 호객이 있어야 한다. 가수 불러다 쇼해도 그때 뿐이다. 공돈만 든다.

길거리 할머니를 외면치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상추며 풋고추를 산다. 검은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담는다. 편안한 그 무엇을 구입한다. 장사도 정의 교류다.

금융위기 한파가 덮쳤다. 정을 사고파는 장터라면 뭔가 될 듯하다. 대화가 마른 시대다. 장터국밥 같은 맛깔스런 얘기가 오간다면 뭔가 될 듯하다. 정 있는 사회에 범죄가 빈발할까

◇ 참고

마마찰리의 마마는 엄마. 찰리는 벨소리 의성어로 자전거를 의미. 시로찰리는 흰 자전거를 말한다. 경찰관 닉네임의 하나다. 그걸 타고 순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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