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는 일생 함께 살아간다
마음의 상처는 일생 함께 살아간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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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경찰 이론과실무학회 부회장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강도가 들었다. 엄마가 옷장에 아들을 숨겼다. 문 틈새로 부모살해 장면을 목격했다. 그 이후 오랜 기간 벙어리가 됐다. 일부러 그렇게 행세하지 않았다. 언어기억 상실이었다.

큰 사건이 발생한다. 시간이 흐른후 피해자 근황이 보도된다.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용어가 대개 나온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外傷後 stress 障碍)다.

외상이란 신체부상이 아니다. 마음이 입은 상처다. 인간역사와 그 기원이 같다. 그러나 방치됐었다. 19세기 말에야 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정신의학에서 취급하기 시작했다.

재해나 전쟁에 조우하면 겪게 된다. 사고와 범죄에 휘말려도 마찬가지다. 애인이나 가족을 잃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만성질환이다. 회피나 과잉의식으로 일상생활이 곤란해진다.

히스테리의 원인을 규명하다가 발견했다. 프로이드도 그 한 사람이다. 성폭력이나 성적학대가 사람의 마음에 심각한 충격을 안긴다고 봤다. 본격화는 참전병사의 징후에서 비롯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였다. 장기간 참호에서 대치중이던 군인들이 전투불능상태가 됐다. 총도 못 쐈다. 도망만 가려 했다. 의사들은 대포로 인한 충격(shell shock)으로 봤다. 전쟁신경증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의관 에이브러햄 가드너가 계속 귀환병들을 관찰했다. 지난 1941년 외상에 의한 전쟁신경증을 출간했다. 오늘날 활용하는 PTSD 판단기준의 기초를 제시했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특이한 병을 앓았다. 정신심리상태가 악화됐다. 정글전 공포의 기억재생으로 자살했다. 공격성을 제어하지 못 했다. 사회에 적응치 못하는 자가 속출했다.

1970년대에 군의관 출신들이 연구를 개시했다. 그 결과 강간과 아동학대 피해자의 증상과 같음을 알게 됐다. 1980년 미국 정신의학학회는 PTSD라는 개념을 인정했다.

치료가 어렵다.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대인관계를 기피한다.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 집안에서만 맴돈다. 죽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좀 나을 만하면 재발한다. 심해진다.

여성 탤런트가 자살했다. 가족에게 무엇이 남을까. 지켜주지 못한 회한 속에 산다. 태안주민도 이 병과 씨름한다. 마음상처 치유는 동행자 모두의 몫이다. 나눔이 안심세상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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