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문백전선 이상있다
329.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4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644>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이 장수직을 거절하는 뜻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옵니다. 일전에 도망치다가 죽은 염치 부부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처음엔 망망대해와 같이 무진장 넓어 보이는 곳을 조그만 염치가 용기 있게 텀벙 뛰어 들어가 마침내 애까지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우리 인간이란 뭐든지 하고자하는 의욕만 갖추고 있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장산도 처음엔 장수직이 너무 막중한 직책인지라 다소 어려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되면 충분히 그 일을 원만하게 해낼 수 있으리라 굳게 믿사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용두가 앞으로 나서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호위무관 장산은 충분히 병천국 장수직을 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장산에게 장수직을 내려주시기를 희망하고 간청하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는 듯 보였고, 장산은 이런 뜻하지 않은 상황에 놀라 얼굴을 시뻘겋게 달군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옆에서 듣자하니 호위무관 장산이 장수직을 강력하게 거절하는 뜻에도 일리가 다소 있는 듯 하옵니다."

이때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는 자가 있었다. 모두 놀라 쳐다보니 뜻밖에도 젊은 관리 '가암'이었다. 가암은 자기를 향해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들이 다소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보고는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제아무리 능력이 없는 자라 할지라도 일단 일을 맡기면 결국 적응을 해서 그 일을 무난하게 행할 수 있다는 데에는 저 역시 어느 정도 동감이옵니다. 하지만,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자가 별안간 중책을 맡는다면 그 능력을 제대로 키우고 갖출 때까지 상당한 희생과 손해가 따르게 될 것이옵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그 희생과 손해는 우리 병천국과 힘없는 일반 병사들이 짊어져야만 할 것인즉, 굳이 이런 무리를 해가며 우리 병천국이 손해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것은 마치 어느 청춘 남녀가 속궁합이 제대로 잘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미리 합방을 해봤다가 남자의 물건이 지독하게 부실함을 알고 끝을 내려했지만 이미 여자만 손해보고 마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할 것이옵니다."

"어허! 어떻게 예를 들더라도 그런 이상하고도 하찮은 예를 드는가 물론 여자의 것이야 겉으로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으니 쉽게 속단할 수 없다 할지라도 남자의 것이야 겉으로 환히 드러나 보이는 것인 즉, 부실한지 실한지는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은가"

매성 대신이 심히 불쾌한 듯 자기 부하 가암을 꾸중했다.

"하오나 제 생각으로는 가암의 의견에 일리가 분명 있다고 봅니다."

또다시 이렇게 말하며 나서는 자가 있었다. 모두 쳐다보니 하급 관리인 '운파'였다. 운파는 하급관리인 주제에 항상 입 바른 소리를 자주하곤 하여 상관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나이가 사십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직급이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는 자였다. 그래도 그가 아직까지 하급 관리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예전에 아산 온인에게 받았던 가르침 즉, '남의 미움을 받고 있는 신하가 있다면 항상 그를 옆에다 두어야만 한다.'는 것을 아우내 왕이 몸소 실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운파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천천히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매성 대신께서는 남자의 드러난 물건만으로도 그 능력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크고 잘 생겼다 뿐이지 실제로는 완전 허당인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호위무관 장산의 겉으로 드러난 능력이라곤 위험에 처한 왕비님의 목숨을 구해드린 것뿐일진대, 이것은 그의 직책상 당연히 해야만 할 일을 행한 것 아닙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