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고 여기(now and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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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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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 순 희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장>

국화향기 그윽하고 온 산야가 울긋불긋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아침안개 자욱해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고 남성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 좋은 계절에 우울증이라는 불청객이 우리를 힘들게도 하고 잘 이겨내면 성숙하게도 한다. 우울증 관련 자료들을 보면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는 가을과 겨울을 거치면서 악화되는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은 남성보다는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지만 가을에 특히 더 우울한 감정을 가지는 쪽은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햇빛 양이 줄어든데 있다고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일조량이 줄어들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줄어들고 신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을 우울증이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원인은 양기가 강한 남성은 차가운 기운 즉 자연의 음기가 강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기운이 아래로 착 가라앉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더 많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낙엽지는 가을에 뭇 남성들이 로맨스를 꿈꾼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의 남성은 사회적으로 성공 압박감이나 승진 여부, 명퇴 불안감 등으로 더욱 우울증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도 한때는 우울증을 앓았고 영국의 영웅 윈스턴 처칠도 평생을 우울증과 싸웠다.

'무지개원리'(차동엽 신부)라는 책을 잠깐 인용해 보면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아들러에게 어느날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찾아왔다.

아들러는 환자를 면밀히 검진해 보았지만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고심 끝에 아들러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약을 주며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이 약을 먹으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2주일동안 어떻게 하면 남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를 매일매일 생각하고 그대로 헌신하십시오. 그러면 우울증에서 곧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곧바로 환자는 의사의 지시대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봉사하며 생활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던 어느날 갑자기 환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러의 말대로 환자는 2주일만에 기적처럼 우울증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다음에 시간이 나면 봉사하겠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봉사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명약이며 남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을 돕는 것이다. 지금(now)이 바로 행복한 순간이고 내가 있는 여기(here)가 바로 행복한 곳이다.

'이제 문 밖을 나서 보십시오. 바로 가까운 이웃에 혼자되신 할머니가. 아직도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소년소녀가장이, 장애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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