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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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이 규 정 <소설가>

자신이 한 말은 자기가 먼저 듣고 자신이 쓴 글은 자기가 먼저 본다. 성인으로 칭송받는 무학 대사님께서는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라고 하셨다. 자기가 내뱉는 말이나 글귀가 자신의 인격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잊을 만하면 또다시 톱뉴스로 등장한다. 지난 2일에도 누구나 알아차리는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 그 이유가 또한 사채업자라는 괴담에다 인터넷사이버의 악성악풀이 더해지는 우울증을 참아내지 못해서라고 한다.

옛말에 "말 한마디에 천 냥의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한마디의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 치의 혀가 내뱉는 말에서 감동받는 사람이 생기고 상처받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삶조차 포기하는 것이다. 사람이 또한 무엇보다 민감한 것이 감정이다. 각기 살아가는 생활환경이나 성격이 다르다보니 똑같은 말과 행동에서도 본의 아니게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든 인격에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든 그것조차 짓밟혀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자신이 먼저 존중해주는 인격에서 또한 자신의 인격을 존중받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누구든 한 번쯤 처지를 바꾸어서 행동하고 말한다면 애매한 사람이 자살하기는커녕 함께 어우러지는 친구가 될 것이다.

인간생존의 기본조건은 의식주다. 그중에서도 먹지 않고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음식이란 목숨과도 같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이 먹는 식품에서조차 멜라민의 유해성으로 떠들썩하다. 처음에는 중국산 수입식품에서 시작하던 멜라민이 국내제품은 물론 세계적인 식품회사까지도 번져가는 추세다. 식약청에서 뒤늦게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식품과 수입업체를 발표하고 유통판매를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하였지만, 전수검사가 불가능한 식품이기에 식약청의 샘플링 검사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사람은 물론 살아있는 생물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많다고 건강하고 수명이 길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는 삶에서 나눔으로 함께 어울려야 아름다운 삶으로 행복해진다. 그런데 물질만능주의 세상으로 변하다보니, 이제는 인간생존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식품에조차 유해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또한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에게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이야 동물이나 다름없지만 사람은 이성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성이란 또한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을 책임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물질만능주의가 되어버린 세상이라도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어쩌자고 애매한 사람을 자살까지 몰아가는 악성괴담은 물론, 사람이 먹는 음식에 유해물질을 사용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미개한 동물보다 못한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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