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생명 존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8.10.0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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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위기시대 위기관리론
이 재 은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는 믿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는 자살 사망자의 꾸준한 증가로 인한 생명 경시 풍조도 분명 그중 하나이다. 한 발 재겨 디딜 틈 없는 각박한 사회인 것만큼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형언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000년 6437명이었던 자살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1만897명, 2004년 1만1491명, 2005년 1만2010명, 그리고 2006년 1만652명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급기야 지난해에는 다시금 1만2174명으로 급상승하였다.

미래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다짐한 2000년대로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30여명 정도가 자살을 통해 인생을 마감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 또한 10년 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8.4명이었으나 2007년에 와서는 24.8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더욱이 자살 사망자 중에는 한창 경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4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자살이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충격 또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노년층의 자살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젊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놓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우려스러운 현상은 유명인들의 자살 사건 이후 나타나는 '베르테르 효과'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이름에서 연유한 베르테르 효과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다 목숨을 끊으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은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유명인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아온 한 유명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보도가 나온 직후 벌써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국민생활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각 언론사들은 최근에 발생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살 방법과 자살 당시 정황 등을 지나치게 공개하고 보도함으로써 자칫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로 하여금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어느 누구든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즉시 상담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자살예방 상담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하기에 앞서 누구에겐가 하소연을 하고 상담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지역사회에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자살 취약계층의 안전한 삶을 위한 사회적 대응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농민 자살 사망자 수가 한 해 1천명을 넘고 있다.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 우리의 농촌 지역 어느 곳에선가 좌절과 절망에 빠진 농민이 생을 마감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얼마 안 있으면 대학입학 시험이 있게 된다. 수능 시험 이후 우리 청소년들이 일시적인 충동으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힘들고 어려운 일 겪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없기에 누구나 아슬아슬한 판단의 경계를 겪어봤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 순간 이웃이나 동료, 친구의 관심과 애정, 보살핌 덕택에 위기의 순간을 넘겼기에 이제 우리들의 힘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인간 생명이야말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자살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 이상 자살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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