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문백전선 이상있다
31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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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25>
글 리징 이 상 훈

"네가 책임지고 왕비님을 산소 앞까지 모시도록 하라"

곧이어 여느 여염집 아낙네들의 나들이 차림을 한 수신 왕비 일행이 수수하게 차린 마차를 타고 출발했고, 장산과 그 부하들은 알게 모르게 그 마차를 호위하며 따라갔다.

'아버님! 어머님! 살아생전 호강 한 번 시켜드리지 못했는데 돌아가신 뒤에야 제가 이런 수선을 떠니 정말로 송구스럽기 짝이 없네요. 아버님! 어머님! 사랑하는 딸 수신이가 지금 이렇게 병천국을 호령하는 왕비가 되었어요. 이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사는 제가 가장 신경써야할 일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두 분을 마음 편히 모시는 것일진대 요즘 저 때문에 그토록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신다니요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 제발 두 분께서는 아무 염려마시고 마음 편히 지내세요. 동생 신풍이는 앞으로 제가 잘 거두고 보살펴서 떵떵거리며 잘 살게 만들어 줄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요. 제가 직접 만든 순대와 좋은 술을 가지고서 두 분 마음을 달래드리고자 지금 달려가고 있는 중이오니 아버님 어머님! 마음 푹 놓으시고 저를 기다려주세요.'

수신 왕비는 마차를 타고 가는 도중 내내 이렇게 울먹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왕비 일행을 태운 마차가 수신 왕비의 부모님 산소로 들어가는 산 입구 근처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대정이가 이미 허름한 가마 한 대를 준비시켜 놓은 채 열댓 명도 더 되어 보이는 가마꾼들을 데리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장산은 말을 타고 천천히 그들 앞으로 다가가 손으로 가마꾼들을 가리키며 대정에게 물었다.

"이들은 모두 믿을 만한 자들인가"

"아 그러문요. 가마를 멘 경력이 십 수 년 이상씩 되는 전문 가마꾼들입지요."

대정은 마치 누가 들어보라는 듯 허리를 굽실거리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마꾼들을 많이 데려왔는가 아무리 가파른 산을 올라간다할지라도 이건 너무 많지 않은가 자, 내가 지적하는 자들만 앞으로 나와라. 너! 너! 그리고 너!"

장산은 대기하고 있던 가마꾼들을 한 사람씩 일일이 손으로 지적해내서 모두 여덟 명을 추려 내었다. 물론 그 여덟 명 가운데에는 대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주의해야 할 점을 일러주겠다. 너희들 여덟 명은 지체가 높으신 마님 한 분을 가마에 태우고 저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저기 산 중턱 쯤에 다다라서는 네 명이 빠지고 나머지 네 명만 가마를 들고 계속 올라가거라. 그리고 저기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곳에 다가가서는 네 명중 두 명이 또 빠지고 나머지 두 명만 가마를 들고 올라가라. 산꼭대기에 거의 다다라서는 두 명중 한 사람은 남고 나머지 한 사람만 산소 근처에 까지 마님을 따라가 안내해 드리고 곧장 되돌아가서 기다리도록 하라. 마님께서 홀로 제(祭)를 다 올리신 다음 큰소리로 외쳐 부르시거든 두 사람은 가마를 들고 얼른 쫓아가서 마님을 다시 가마에 태우고 내려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과 차례대로 만나가지고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하라. 우리들은 산 아래에서 너희들이 하는 행동을 일일이 모두 지켜볼 것이니 착오 없기를 바란다. 알았느냐"

"네에∼ 알았습니다요. 나리!"

대정을 포함한 여덟 명의 가마꾼들이 허리를 모두 굽히며 공손히 대답했다.

"자, 이제부터 모든 일을 너에게 맡길 것이니 네가 책임지고 마님을 안전하게 산소 앞에 까지 모시도록 하라!"

장산이 대정에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알았사옵니다. 모든 건 제가 책임지고 알아서 행하겠사옵니다."

대정이 헤벌쭉 입을 크게 벌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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