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5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날씨가 확 변했습니다. 어제만해도 한낮볕이 뜨겁더니 오늘은 잔뜩 찌푸린데다 썰렁하기까지 하네요.

은행나무 잎에 노란기가 돌고 주변의 푸르름이 빛을 바래갑니다. 김장밭의 배추, 무가 이랑을 덮어가고 벼베는 콤바인 소리가 점점 늘어납니다.

벌초를 한 말끔한 산소주변에 풀을 한뼘 더 자라게 하고 봄, 여름에 졌던 꽃들을 다시 피우던 가을속에 여름이 가는가 봅니다.

올해 벼농사는 일조량이 좋아 대풍이랍니다. 밭농사 또한 "가물기는 했어도 비만 몇번 와준다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고 이웃들은 전망합니다.

어제 오후에 그동안 이런저런 일에 밀려 지난 5월에 심어놓고 제대로 챙기지 못한 고구마밭을 가봤습니다. 심고 캐기가 힘들어 올해는 밭 끄트머리 외진곳에 조금 심은 고구마밭이지요.

아내와 같이 가면서 "풀에 치어 크기나 했을까. 캐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러게요. 심어만 놓고 한번을 안가 봤으니, 염치가 없네요" 그동안 풀 한번 안 뽑아준 고구마밭은 말 그대로 풀동산이 됐습니다. 알려주지 않으면 누구도 고구마밭인지를 몰랐을 것입니다. 허리까지 올라온 풀을 헤치면서 "우리 고구마 밭 어디 있어요. 분명 이 근처인데…" 아내가 우스갯 소리를 합니다.

그 풀속에서도 실하게 뻗어 나간 고구마넝쿨이 대견스러웠습니다. 한번을 제대로 가꿔주지도 못했는데 아내 말대로 거들떠도 안 보다가 호미들고 캐려고 하니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중에 우리연꽃마을 사무장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40대 중반의 주부이면서 이웃동네 아줌마이기도 한 이분은 일 욕심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저 사무장인데요. 위출혈로 입원했어요" 항상 당당하고 의욕이 넘쳐나던 사무장님의 목소리가 힘겹게 들렸습니다.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이틀째 금식을 한다니 그럴만도 하지만 안쓰러웠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과로로 쓰러지더니….

농촌체험마을 사무장 일 참 많습니다. 사업기획, 진행, 실적보고 등 업무전반에다가 손님유치서부터 접대까지 도맡아 하니 버겁지요. 그런데다가 보수는 형편없고, 병날만도 하지요. 아무쪼록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모기가 많습니다. 바깥에만 나가면 한두방은 기본이고 밭에서 일할 때는 땀냄새 때문인지 수십방씩 물립니다. 아무리 옷단속을 해도 옷위로도 물으니 별다른 방도가 없지요. 또 안대드는 약을 발라도 그때 뿐입니다. 좀 지나면 더 달라듭니다. 가끔씩 방역차가 연막소독을 하지만 이 역시 그때 뿐,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방충망 등 비교적 안전장치를 잘한 집안에서도 어느틈을 비집고 들어 왔는지 밤새 한두방씩 꼭 물립니다.

모기향과 살충제 등을 동원해도 여전하니 이 모두가 더워지는 날씨 탓일 거라고 추측은 합니다만…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입니다. 덜 자시고 많이 움직여 봅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