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문백전선 이상있다
30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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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23>
글 리징 이 상 훈

"가마꾼들과 함께 왕비님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가게"

"휴우∼"

장산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었다. 저렇게 무지랭이처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속아주니 고맙기는 하다만 그러나 기대이상으로 너무 잘 속아주니 한편으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원래 거짓말이란 꼬리가 길거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거라면 결국 들통이 나버리고 마는 법!

하지만 장산은 이렇게 수신 왕비를 소금물로 깨끗이 목욕시키고 아래의 은밀한 그곳 안에 소금을 좀 채워 넣게 함으로서 자기가 바라는 성과는 제법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러운 사채 빚을 갚고자 내가 어쩔 수없이 지금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그 놈(대정)의 변태적인 성욕구를 내가 일부러 채워주기 위한 건 아니잖아 흥! 이제 두고 보라지. 놈은 기껏 열심히 잘해 본댔자 소금 독에 푹 담가져서 맥 못 추고 흐느적거리는 물오징어 꼴이 되거나 아예 오징어젓으로 되고 말 것이니.'

장산은 스스로 자위를 하듯 이렇게 중얼거리며 수신 왕비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급히 사람을 보내 대정을 궁 앞으로 불러들였다.

대정은 자기가 바라던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려나가는 걸 눈치 챘음인지 기쁨을 참지 못하는 기색이 아주 역력해 보였다.

"그러니까 대정 자네는 일반 가마꾼 복색을 해가지고 진짜 가마꾼들과 함께 왕비님의 부모님 산소로 올라가는 산 어귀 근처에 대기하고 있으란 말이네. 그리고 가마꾼들과 함께 왕비님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갈 때에 자네가 맨 마지막으로 남으면 되는 거라네. 알아들었나"

"으흐흐. 잘 알아듣다마다. 장산! 고마우이. 내 죽어도 자네가 베푼 이 은혜 잊지 않겠네!"

대정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 지 두 귀 밑에까지 입이 짝짝 찢어져서 올라갈 지경이었다.

"아 잠깐! 그런데. 자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게 뭔가"

장산은 그가 갖고 있는 가로 세로 한 자 정도 크기의 두툼한 보따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뭐 별 것 아니라네."

대정은 이렇게 말하고는 손에 든 보따리를 가볍게 위로 던져보는 시늉을 하였다.

"도대체 그게 뭔데 그래"

장산은 재빨리 그 보따리를 낚아채 가지고 살그머니 그 안을 들춰보았다. 그것은 커다란 처녀가 당장이라도 갈아입을 만한 여자 옷 한 벌임에 틀림없었다.

"아, 아니, 이게 뭐야 자네, 이런 걸로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러나"

장산이 약간 성난 목소리로 대정에게 따져 물었다.

"아 별 거 아니라네. 그거 이리 돌려주게."

대정은 몹시 당혹해하는 표정으로 그 옷 보따리를 장산에게서 얼른 도로 가져가려 했지만 그러나 장산은 재빨리 그걸 자기 등 뒤로 감추면서 다시 말했다.

"대충 보아하니 자네 이걸로 또 변태적인 놀이를 궁리하려는가 본데, 제발 오늘 하루만큼은 정식대로 하게나. 내 이건 오늘 일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보관하고 있겠네."

"어허! 상대가 누군데 내가 어찌 감히 그런 이상스런 짓을 하겠나 자 어서 그걸 내게 돌려주게. 그건 이번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니."

대정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가며 빼앗긴 보따리를 다시 가져가려했지만 그러나 장산은 그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차며 이렇게 외쳤다.

"대정! 얼른 가서 내가 시킨 대로 준비하게나. 이건 내가 책임지고 되돌려줄 것이니."

대정은 장산이 너무 강하게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툴툴거리며 자리를 급히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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