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려운 연기는 처음"
"이렇게 어려운 연기는 처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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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서 오보에 도전한 이순재
52년만에 처음 느끼는 긴장감… 악기 처음 접해

실연하려면 최소 6개월 필요… 사전제작 아쉬워

사방이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인 경기도 한 번화가.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오보에 연주자 김갑용의 거리 연주회가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에서 촬영되고 있었다.

감독의 '레디' 소리에 맞춰 시작된 오보에 연주는 감독의 '컷' 소리에 맞춰 끝났지만, 만족하지 않은 감독은 '한 번 더'를 외쳤다. 일흔셋 백발 연기자는 감독의 '다시'라는 말에 숨을 가다듬고 흐르는 음악에 맞춰 오보에를 조심스럽게 '또'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독의 OK사인이 떨어지자마자 한숨이 터뜨렸다.

연기 인생 52년 만에 다시 느끼는 긴장감에 대해 이순재는 "한마디로 얘기해서 갑갑하다"고 털어놨다.

"1981년 영화 '코리아판타지'에서 안익태 선생 역을 맡아 지휘자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악기를 다뤄본 적은 없다. 클래식을 좋아한 적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다."

그가 촬영 3시간 전부터 한쪽 벤치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악보를 들고 씨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연을 하려면 최소 6개월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제작이 급하다 보니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하고 시작했다. 또 나는 이쪽 드라마에도 나오고 저쪽 드라마(KBS '엄마가 뿔났다')에도 나오고 하니까 실연이 아닌 연기로 하고 있다."

그의 말투엔 아쉬움이 역력했다. "영화 '드림걸즈' 같은 경우는 캐스팅한 후 6개월 동안 연기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이와같이 외화에서 보는 연주 실력은 최소 1년 이상을 연습한 실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작에 급급해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간다. 사전 제작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금은 이러한 시스템이 오랜 습성처럼 됐지만 새로운 세계를 드라마 소재로 다룰 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한다면 훌륭한 연기와 연출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엄뿔'에서 황혼 데이트를 즐기던 모습을 지우고, 나이라는 장벽 때문에 현역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오보에 연주자가 돼 있었다.

이 얘기에 그는 손을 저으며 "강마에(김명민), 강건우(장근석), 두루미(이지아) 전부 연주하는데, 나만 엉터리다. 애교로 봐 달라"고 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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