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문백전선 이상있다
30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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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22>
글 리징 이 상 훈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소금물로 목욕 하십시오"

"아 그건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를 올릴 때 다른 잡귀(雜鬼)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걸 뜻합니다."

"그럼 깨끗하게 목욕을 하라는 뜻이로군요."

"그런데 좀 더 나은 효과를 보고자 하신다면 소금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요."

"네에 그럼 소금물로 목욕을"

"그렇습니다. 본디 소금이란 썩지 않는 영물(靈物) 같은 것이니 더러운 걸 좋아하는 일반 잡귀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몹시 꺼려할 것입니다."

"알았어요. 그럼 당장 소금을 준비시켜야겠네요."

수신 왕비가 이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시녀들에게 뭐라 명령을 막 내리려고 할 때에 갑자기 장산이 한쪽 손을 번쩍 치켜들며 이렇게 외쳤다.

"잠깐! 왕비님께서 기왕에 소금물로 목욕을 하시고자 한다면 이런 방법을 한 번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무슨 방법인데요"

수신 왕비가 그 크고 아름다운 두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이런 말씀을 제가 직접 드리기가 심히 멋쩍은 감이 있으니 누가 대신 저에게 잠깐만."

장산이 이렇게 말을 하자 수신 왕비를 항상 옆에서 모시고 있던 시녀 하나가 쪼르르 달려 나와 장산의 얼굴 바로 앞에 귀를 쑥 내밀었다. 장산은 조금도 지체함이 없이 그 시녀의 귀에 다 대고 조용조용히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을 왕비님께 가서 그대로 전해드리려므나. 일반 잡귀(雜鬼)들은 본디 음습(陰濕)한 곳을 좋아하는 법이니 기왕에 소금으로써 보다 나은 효과를 보고자하신다면 여자의 은밀한 아래 그곳 안에 소금을 조금 채워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시녀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수신 왕비에게 돌아가 방금 들은 말을 은밀히 전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수신 왕비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대번에 붉어졌다.

장산은 '내가 조금 심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기왕에 여기까지 내친김이니 그대로 쭉 밀고 나갈 수밖에 입장이었다.

"왕비님! 기분이 몹시 찝찝하고 거추장스러운 일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 정성껏 제(祭)를 올리고자하는데 더러운 잡귀들이 다가와 방해를 한 대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아, 알았어요. 이것도 부모님을 위하는 자식의 도리일진대 어찌 제가 그걸 마다하겠어요 장산님께서 말씀하신바 그대로 제가 따를 터이니 어서 빨리 나갈 준비를 해주세요. 제사 음식으로 제가 요즘 속청 아저씨에게 배워서 만든 순대를 준비하겠어요."

수신 왕비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참으로 잘 생각하셨사옵니다. 그리고 왕비님께서 부모님 산소 앞에 나가실 때에는 가급적 주위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몰래 행차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부모님의 혼백(魂魄)이 마음 편하게 사랑하는 딸을 맞이해 주실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왕비님의 경호만큼은 제가 철저히 해드릴 것이오니 절대 안심하십시오."

장산이 자신만만하게 힘주어 다시 말했다.

"알았어요. 저에 대한 경호는 장산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저는 방금 가르쳐주신 대로 일반 잡귀들이 감히 다가오지 못하도록 소금으로 온몸을 깨끗이 치장하겠습니다."

수신 왕비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시녀들과 함께 천천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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