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문백전선 이상있다
30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2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620>
글 리징 이 상 훈

"어젯밤 꿈 속에서 왕비님의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저어, 실은 제가 어젯밤 꿈속에서 돌아가신 왕비님의 아버님 어머님 두 내외분을 뵈었사옵니다."

"네에 저의 아버님 어머님을요"

수신 왕비는 두 눈을 또다시 동그랗게 떴다.

"그렇사옵니다."

"어머! 일찌감치 돌아가신 저의 부모님을 무관(장산)님께서는 뵌 적이 없을 터인데"

"비록 제가 생전에 두 분을 만나 뵌 적은 없었사오나 제 느낌상으로는 분명히 왕비님의 부모님인 것 같았습니다. 때마다 왕비님께서 제를 올려드리는 바로 그 산소 앞에 왕비님과 비슷하게 생기신 젊은 남자 분과 여자 분이 나란히 앉아계셨으니까요."

장산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계속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댔다.

"그 분들이 돌아가신 저의 부모님이 맞는다면. 어떻게 생기셨는지요"

수신 왕비가 조금 당혹스런 목소리로 그러나 약간 못 미더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장산에게 다시 물었다.

"두 분 다 키가 크셨는데, 남자 분은 무척 점잖게 생기신 편이고, 여자 분은 왕비님처럼 이목구비가 시원스럽게 크고 뚜렷한 미인시더군요."

장산은 이렇게 말하고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분명히 두 사람이 무덤 앞에 앉아있었다고 자기가 말을 했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키가 큰지 작은지를 어찌 알았다는 것인가! 그러나 다행히 수신 왕비는 이 점을 지적하지 않고 몹시 감격에 찬 목소리로 덜덜 떨면서 말했다.

"어머! 맞아요. 두 분 생긴 모습을 제대로 잘 보셨네요. 그런데, 저의 부모님께서는 장산님을 보시고 뭐라 말씀하시던가요"

"저에게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두 분께서는 땅을 치시며 계속 통곡만 하시더라고요."

"네에 저의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통곡을 왜, 왜 그러신대요"

"왜 그러시는지 제가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홰를 치는 닭소리에 놀라 제가 꿈을 깨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두 분께서 왜 그렇게 통곡을 하셨는지 알아볼 수 있었을 터인데."

장산은 자기 딴에 몹시 안타까운 듯 빈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수신왕비의 물음에 대답했다.

"어머! 그건 틀림없이 두 분께서 심기가 몹시 불편하시다는 뜻 일 텐데. 어쩌나. 제가 때마다 잊지 않고 두 분께 제사상을 꼭꼭 올려드리는데."

수신 왕비가 몹시 속이 상한 듯 울상을 크게 지으며 말했다.

"왕비님! 잘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혹시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크게 걱정하실만한 일이라도 왕비님 주변에 생겼는지."

장산이 이렇게 물으며 수신 왕비의 표정을 슬그머니 살펴보았다.

"글쎄요. 어머머! 혹시 이번 일 때문이 아닐까"

갑자기 뭔가 잡히는 게 있는 듯 수신 왕비가 머리를 잠시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저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요즘 염치 대신이 몰래 달아나다가 붙잡혀 죽은 일이 벌어지는 등등 좋지 않은 일들이 자구 터지니까 제가 마음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게 보이셔서 그렇게 우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왕비님의 지금 말씀이 제대로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장산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수신왕비의 말에 맞장구를 쳐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