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한가위는 옛말(?)
풍성한 한가위는 옛말(?)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8.09.16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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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고향 마을에서는 추석의 풍성함보다는 어려워진 경제사정의 단면을 보기에 충분했다. 치솟은 물가, 얇아진 지갑, 짧은 연휴 때문에 올 추석이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주변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는 당초 예상을 넘어섰다.

가장 먼저 들린 이야기는 대처에 나가 있는 자식들 다수가 고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 자식을 찾는 경우도 늘었지만 '연휴가 짧아서 못 간다', '연휴기간에도 장사해야 한다',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수년째 연락이 안 된다' 등 경제사정으로 말미암은 문제가 상당수다.

특히 무일푼으로 서울에 올라가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재력가로 동네 어르신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40대 후반의 한 선배는 부도를 맞아 재산을 모두 날리고 이혼까지 당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려올 정도다.

넉넉한 인심을 자랑했던 농촌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 없이 60∼70대 노인들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농산물 가격 폭락 등 갈수록 어려워진 농촌 현실 때문에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은 국민 모두의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다. 어려운 경제위기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모든 이가 함께 모여 한가위의 넉넉함과 풍성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겨운 농촌마을의 풍경이 다시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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